IBS 혈관연구단, 뇌 노폐물 배출하는 '첫 관문' 발견…“뇌 질환 연구 전기 마련”

국내 연구진이 뇌 속 노폐물을 내보내는 숨겨진 통로를 처음으로 발견했다. 노화로 저하된 노폐물 배출 기능을 회복시키는 새로운 치료 전략도 함께 제시해, 치매를 비롯한 퇴행성 뇌 질환 연구에 새로운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 연구단 고규영 단장 연구팀이 동물 실험으로 뇌 속 노폐물을 청소하는 뇌척수액이 뇌를 감싼 뇌막을 통과해 뇌막 림프관으로 흡수·배출되는 핵심 경로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21일 밝혔다. 과기정통부의 IBS 기초과학연구단 지원 사업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는 세계 권위의 학술지인 '셀'에 온라인 게재됐다.

IBS 연구팀은 지난 2019년과 2024년 네이처에 발표한 연구로 뇌척수액이 뇌 하부 뇌막 림프관과 비인두 림프관 망을 거쳐 목 림프절로 배출되며, 노화에 따라 이 경로가 퇴화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이어진 2025년 네이처 발표 연구에서는 눈과 코 주위 등 얼굴 피부 아래 림프관을 통한 새로운 배출 경로와 함께 미세한 기계적 자극으로 배출을 촉진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뇌척수액 생성과 배출이 원활하지 않으면 아밀로이드 베타 등 신경독성 단백질이 뇌에 축적돼 퇴행성 뇌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연구들에도 불구하고 뇌척수액이 어떻게 뇌를 둘러싼 뇌막 중 질긴 보호 장벽 역할을 하는 '지주막'을 통과해, 바깥층인 경막의 뇌막 림프관에 유입되는지는 오랫동안 풀리지 않은 난제였다.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 연구단 고규영 단장 연구팀이 림프관을 형광 표지한 특수 생쥐와 첨단 3차원(3D) 입체 영상 기술을 활용해 뇌 앞 후각망울에 있는 림프관이 비강의 림프관과 사골판(뇌와 비강 사이 얇은 뼈)을 사이에 두고 서로 직접 연결된 모습을 선명하게 포착했다.(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 연구단 고규영 단장 연구팀이 림프관을 형광 표지한 특수 생쥐와 첨단 3차원(3D) 입체 영상 기술을 활용해 뇌 앞 후각망울에 있는 림프관이 비강의 림프관과 사골판(뇌와 비강 사이 얇은 뼈)을 사이에 두고 서로 직접 연결된 모습을 선명하게 포착했다.(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IBS 연구팀은 이번 연구로 뇌척수액이 지주막을 빠져나오는 첫 관문을 발견, 이를 '지주막 소창(미세 구멍)'으로 명명했다. 뇌척수액이 지주막 소창을 통과해 뇌막 림프관과 비강(코 안) 림프관을 거쳐 목 림프절로 이동하는 모든 과정을 밝혀내 배출 경로의 마지막 퍼즐을 완성했다고 과기정통부는 강조했다.

연구팀은 눈으로 보기 힘든 미세한 배출 경로를 확인하기 위해 림프관을 형광 표지한 특수 생쥐와 첨단 3차원(3D) 입체 영상 기술을 활용해 뇌 앞 후각망울에 있는 림프관이 비강의 림프관과 사골판(뇌와 비강 사이 얇은 뼈)을 사이에 두고 서로 직접 연결된 모습을 선명하게 포착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 연구단 고규영 단장 연구팀이  주사전자현미경 이미징 분석과 뇌척수액에 형광 물질을 태워 흘려보내는 추적 실험으로 뇌 속 노폐물이 빠져나가는 배출 경로를 직접 확인했다.(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 연구단 고규영 단장 연구팀이 주사전자현미경 이미징 분석과 뇌척수액에 형광 물질을 태워 흘려보내는 추적 실험으로 뇌 속 노폐물이 빠져나가는 배출 경로를 직접 확인했다.(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팀은 이어 주사전자현미경 이미징 분석과 뇌척수액에 형광 물질을 태워 흘려보내는 추적 실험을 진행했다. 형광 물질은 새로 발견된 미세 구멍인 지주막 소창을 빠져나온 뒤 뇌막 림프관에 흡수, 코 안쪽을 통과하고 최종 목적지인 목 쪽의 림프절까지 끊임없이 흘러갔다. 뇌 속 노폐물이 빠져나가는 배출 경로를 직접 확인했다.

연구팀은 노화가 해당 배출 경로에 미치는 영향도 파악했다. 노화된 생쥐에서는 지주막 소창이 좁아지고 주변 뇌막 림프관이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림프관과 후각신경이 통과하는 사골판의 통로도 좁아져 뇌척수액 배출 기능이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화된 생쥐의 비강 점막에 림프관 생성을 촉진하는 유전자인 혈관내피성장인자-C(VEGF-C)를 투여한 결과, 비강과 후각망울 주변의 림프관 재생이 촉진되면서 림프관을 통한 배출 경로가 다시 넓어졌다. 감소했던 뇌척수액 배출 기능이 젊은 생쥐 수준으로 회복됐다. 약물을 코 안에 투여하는 비침습적인 방식으로 치매 등 퇴행성 뇌 질환을 치료할 전략적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고규영 IBS 단장은 “이번 연구는 약 250년 전 뇌막 림프관이 처음 발견된 후 오랜 난제였던 '뇌척수액의 지주막 통과 경로'를 명료하게 밝힌 이정표적 성과”라면서 “이로써 뇌 노폐물 배출의 시작점부터 목 림프절에 이르는 연결 구조를 통합적으로 이해할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김성수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은 “이번 성과는 생명 현상 이해를 높이고 뇌 질환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꿀 혁신적 성과”라면서 “앞으로도 인류 난제에 도전하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기초·원천 연구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