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HN KCP가 구축한 원화 스테이블코인 결제 시스템은 기존 간편결제와 체감상 큰 차이가 없었다. 이용자는 페이코 앱에서 상품을 고르고 결제 버튼을 눌렀고, 가맹점은 결제 내역을 확인한 뒤 상품을 건넸다. 블록체인 기술을 별도로 의식할 만한 과정은 보이지 않았다.
NHN KCP는 지난 23일 NHN페이코, 글로벌 블록체인 플랫폼 아발란체와 함께 원화 스테이블코인 데모데이를 열고 스테이블코인 결제 인프라를 공개했다. 간편결제 서비스와 유사한 이용 환경을 구현하며 상용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참가자에게는 페이코 앱 내 NHN KCP 월렛을 통해 5만 KRWPS가 지급됐다. KRWPS는 NHN KCP가 발행한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1KRWPS는 1원과 같은 가치다.

앱 안에서는 티셔츠와 골프공 세트, 키캡, 기념주화 등을 구매할 수 있었다. 상품을 고른 뒤 '바로 결제'를 누르자 월렛에서 KRWPS가 차감되고 결제 완료 내역이 표시됐다. 결제는 2초도 걸리지 않았다.
사내 카페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결제가 이뤄졌다. 페이코 앱으로 카페에 설치된 QR코드를 스캔하고 음료를 선택하면 KRWPS로 결제됐다. 모든 거래는 아발란체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처리됐다.
월렛에는 KRWPS뿐 아니라 이더리움(ETH), 테더(USDT), USD코인(USDC), 아발란체(AVAX) 등을 사용할 수 있다. 이용자는 '나의 자산' 메뉴에서 보유 자산과 원화 환산 금액, 시세 변동에 따른 평가금액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충전과 환전, 해외송금, 입출금, 본인 계좌 출금 기능도 구현됐다. 다만 국내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과 규제가 정비되지 않아 실제 서비스로 출시되지는 않은 상태다.
소비자용 결제 화면 뒤에는 기존 PG 결제와 유사한 관리 체계가 구축돼 있었다. NHN KCP 관리자 페이지에서는 가맹점별 수수료율과 온·오프라인 구분, 총자산과 결제 현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결제 건수와 시각, 처리 상태, 가맹점 코드, 거래번호 등 개별 거래 내역도 조회할 수 있다.
가맹점용 대시보드에서는 스테이블코인별 총매출액과 매출 건수, 결제 처리 속도, 정산 예정 금액을 확인할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도 카드 결제 관리자 페이지처럼 매출과 정산을 관리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NHN KCP는 스테이블코인 결제에서 소비자 경험뿐 아니라 정산 속도도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존 카드 결제는 가맹점이 대금을 받기까지 통상 수일이 걸리지만, 이번 실증에서는 1시간 단위로 정산 예정 금액을 산출해 가맹점에 제공하는 구조를 구현했다.
엄수현 NHN KCP 이사는 “블록체인 기반 결제를 만들더라도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결제 경험은 유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국내 결제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실제 서비스로 활용되기 어렵기 때문에 기존 간편결제와 비슷한 속도를 구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NHN KCP는 앞서 올해 5월과 6월 NHN KCP와 페이코 임직원 800여명을 대상으로 내부 실증을 진행했다. 총 2300여건의 거래 데이터를 확보했고, 결제 속도와 시스템 안정성을 검증했다.
해외송금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페이코 월렛에서 원화 기반 자산을 스테이블코인으로 전환한 뒤 USDT 등으로 교환해 해외 월렛으로 보내는 구조다. 은행과 협의가 필요한 환전·출금 영역을 제외한 블록체인 기반 송금 기술은 상당 부분 개발을 마쳤다는 설명이다.
이번 데모데이는 스테이블코인이 실제 결제수단으로 작동하는 데 필요한 기술적 기반이 상당 부분 마련됐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현금에서 카드로, 카드에서 간편결제로 결제 방식이 바뀌어온 것처럼 스테이블코인도 소비자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단계에 가까워졌다.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