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최고 공학 교육기관인 그랑제꼴(Grandes Ecoles) 소속 교수가 한국의 '호라이즌 유럽(Horizon Europe)' 참여 전략을 제시했다. 한국이 준회원국 지위를 발판으로 유럽이 강점을 가진 분야 공동연구를 확대하고, 반도체와 인공지능(AI)을 협력 카드로 활용해 원천기술과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를 확보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박정해 프랑스 IMT 교수는 지난 24일(현지시간)까지 프랑스 툴루즈서 열린 '2026 한·유럽 과학기술학술대회(EKC 2026)'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은 한국이 이미 경쟁력을 갖춘 분야”라며 “앞으로는 항공우주와 바이오·메디컬처럼 유럽이 앞선 분야에서 한국이 부족한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프랑스 그랑제꼴인 IMT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인 최초로 호라이즌 유럽 필라2(Pillar 2) 프로젝트 코디네이터를 맡고 있다. 현재 총사업비 약 1000만유로 규모의 수소 저장기술 연구 프로젝트 'ECOHYDRO'를 총괄하며, 7개국 16개 기관이 참여하는 국제 컨소시엄을 이끌고 있다. 호라이즌 유럽 과제 기획부터 컨소시엄 구성, 사업 운영까지 전 과정을 직접 수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EKC 2026에서 한국 연구자들 대상으로 유럽 연구개발(R&D) 참여 전략을 소개했다.
그는 한국이 강한 반도체와 인공지능(AI) 기술을 지렛대로 항공우주 등 융합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앞으로 호라이즌 유럽 과제는 AI와 반도체, 첨단소재, 국방, 항공우주가 결합되는 형태로 발전할 것”이라며 “반도체 기술을 기반으로 항공우주 프로젝트에 참여해 해당 분야의 원천기술과 연구 생태계를 함께 확보하는 접근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에어버스 사례도 소개했다. 그는 “에어버스는 자체 연구개발뿐 아니라 호라이즌 유럽과 같은 공공 연구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항공 분야 공동 연구 프로그램인 '클린 스카이(Clean Sky)'는 한국 연구기관에도 충분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기술 경쟁력은 이미 유럽에서도 인정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부 반도체와 컴퓨팅 분야 공고에서는 한국 연구기관 참여를 사실상 권장하는 사례도 있다”며 “유럽 연구자들이 먼저 한국 기관을 소개해 달라고 연락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초청에만 의존하지 말고 반도체 협력을 계기로 항공우주와 바이오·메디컬 등 한국이 필요한 분야까지 참여를 확대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28년 시작될 차기 유럽연합(EU) R&D 체계 'FP10'에서는 기술주권과 국방 분야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박 교수는 “미국과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기술주권이 핵심 의제가 될 것”이라며 “AI와 반도체, 첨단소재, 국방기술이 융합된 프로젝트가 지금보다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어 “호라이즌 유럽 참여의 목적은 연구비를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라며 “한국이 잘하는 AI와 반도체를 협상 카드로 활용해 필요한 원천기술과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툴루즈(프랑스)=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