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낸드플래시 제조업체 키옥시아홀딩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미국 증시 상장을 앞두면서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한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가 미국에 상장되는 첫 사례가 될 전망인 가운데, 투자 저변 확대와 함께 미국과 일본 증시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증권당국에는 키옥시아 주식이나 미국주식예탁증서(ADR)의 일일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거나 반대로 2배 역추종하는 ETF 등 최소 9개 상품이 상장 심사를 받고 있다.
이번 상품이 상장되면 미국 투자자들은 레버리지 ETF를 통해 일본 대표 AI 반도체 기업인 키옥시아에 보다 쉽게 투자하거나 헤지 전략을 구사할 수 있게 된다. 시장에서는 해외 기술주 투자 수단이 확대되면서 거래가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일본 증시에서는 미국 상장 ETF의 리밸런싱 거래가 키옥시아 현물 주가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레버리지 ETF는 목표 수익률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기초자산을 사고파는 구조여서 상승장에서는 추가 매수, 하락장에서는 추가 매도가 발생하며 가격 변동을 증폭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키옥시아는 최근 AI 투자 확대 기대감으로 급등했다가 과잉 투자 우려가 커지면서 두 달 만에 주가가 고점 대비 53% 급락하는 등 일본 증시에서 가장 높은 변동성을 보인 종목 가운데 하나다. 시장에서는 미국 ETF 자금의 유입과 유출이 일본 반도체주의 가격 형성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질 경우 키옥시아뿐 아니라 일본 AI·반도체 관련 종목과 닛케이225지수의 변동성도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앤드루 잭슨 오르투스어드바이저스 일본 자산 전략 책임자는 “한국의 주가 움직임에서 볼 수 있듯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는 정상적인 시장 메커니즘을 왜곡하고 변동성을 크게 키운다”며 “특히 AI 관련주의 과열을 더욱 증폭시키고 장기 투자자들의 투자 환경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한국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추종하는 개별 종목 레버리지 ETF가 확산되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졌고, 금융당국이 신규 개별주 레버리지 ETF 상장을 중단한 사례를 소개했다. 최근 30거래일 변동성을 연율화한 지표는 코스피가 75%로 닛케이225(37%), 홍콩 항셍지수(22%), S&P500(13%)를 크게 웃돌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레버리지 ETF가 일본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키옥시아의 거래량이 충분히 크고 ETF 규모가 과도하게 확대되지 않는다면 일일 리밸런싱 물량을 시장이 흡수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펀드 규모가 일정 수준 이하에 머문다면 레버리지 ETF의 매매가 일본 증시 전체를 흔들 정도의 영향력을 갖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상장이 일본 기업에 대한 글로벌 투자 접근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미국 ETF 시장과 일본 현물시장의 연계성이 강화되는 만큼 양국 시장의 단기 변동성 확대 가능성은 지속적으로 주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