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 공간의 바이러스 오염 여부를 손쉽게 알 수 있는 기술이 구현됐다. 용액을 시료와 섞거나 표면에 뿌리기만 하면, 감염력 있는 바이러스가 있는 곳이 5분 안에 초록빛으로 드러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원장 오상록)은 김호준 생체분자인식연구센터 박사팀이 기승정 전남대병원 교수팀,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와 차세대 진단 플랫폼 '퓨전(FUSION) 어세이'를 개발했다고 6일 밝혔다.
연구팀은 바이러스가 실제 세포에 침투할 때만 일어나는 막 융합 반응에 주목했다. 이 과정을 흉내 내는 가짜 세포인 비콘(VEACON)을 만들고, 감염력 있는 바이러스가 입자와 만나면 초록빛 신호가 나타나도록 했다.
복잡한 유전자 추출이나 증폭 과정이 필요 없다. 시료와 검출 용액을 섞으면 바로 반응이 시작되며, 실험실에서는 5분 안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폰과 연결한 휴대용 판독기를 사용하면 2분 만에 판독도 가능하다.
연구팀은 임상 검체 100개를 분석해 감염성 바이러스를 91.7%의 높은 정확도로 구분했으며, 코로나19·독감·RSV 세 바이러스가 서로 혼동되지 않는 것도 확인했다.
이번 기술은 감염력이 없는 바이러스 흔적에는 반응하지 않아 불필요한 격리를 줄이는 데 활용될 수 있다. 학교·요양시설·의료기관처럼 반복 선별검사가 필요한 현장과, 마스크·생활용품 오염 여부를 확인하는 환경 방역에도 적용될 수 있다. 유아용 마스크에 적용하면 아이들이 힘들어하는 비인두 채취를 대체할 가능성도 있다.
박재철 KIST 박사후연구원은 “이번 기술은 검출 용액과 시료를 섞기만 해도 감염성 바이러스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전했고, 김호준 KIST 선임연구원은 “마스크 등 일상용품에 직접 뿌려 바이러스 오염 여부를 눈으로 확인하는 새로운 방역 기술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 최신 호에 게재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