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0년을 사는 그린란드 상어, 4000년을 사는 흑산호, 이론적으로 늙지 않는 해파리, 지구에서 가장 오래 사는 동물은 대부분 바다에 산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이 이러한 해양생물의 노화 저항성에 주목해 인간 노화를 극복하는 연구를 시작했다.
박건후 KIOST 제주바이오연구센터 연구팀은 최근 해양생물의 노화 저항성 데이터를 활용한 '역노화 해양소재' 개발에 착수했다. 해양수산부 '해양생물 유래 바이오소재 기반 노화 극복 기술개발 사업'의 일환이다.
박 연구팀은 해양생물 기반 기능성 소재를 포함해 역노화 해양소재를 발굴하고 진단·검증 체계를 구축해 노화 극복 기술 실용화에 나선다.
'역노화'는 노화를 늦추는 데 그치지 않고, 이미 노화된 세포를 젊고 건강한 상태로 되돌리는 기술이다. 항산화제처럼 노화를 지연시키는 항노화 기술과 달리, 노화 자체에 개입해 근본적인 해결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차세대 바이오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박 연구팀은 해양생물의 강인한 생명력에서 역노화 가능성을 발견했다. 해양생물은 DNA 복구를 비롯한 재생 능력이 뛰어나다. 대사 속도는 느리고 고압·고염분 등 극한 환경에서도 적응해 살아가는 독특한 생물학적 특성을 지녔다.

이미 역노화 예비 연구에서 확보한 연어 추출물을 '메트포르민(Metformin)'과 대조 평가해 실용화 가능한 의미있는 수치를 확보했다. 당뇨병 치료 물질인 메트포르민은 노화 억제용으로도 가장 많이 연구된 물질이다.
세포 단위 대조 평가에서 연구팀이 발굴한 연어 추출물은 메트포르민 대비 최대 56% 높은 노화 개선 효과를 나타냈다. 주름 개선 3.8배, 피부 탄력 3.6배, 피부 치밀도 2.9배의 효과를 보였다.
연구팀은 발굴 물질을 고도화해 기능성 제품 개발과 노화 질환 치료 연구로 이어갈 예정이다.
다른 여러 후보 물질을 모아 역노화 해양 소재 라이브러리를 구축하고 소재 효능을 신속하게 판별하는 진단 센서도 개발, 투입한다. 그 결과를 수치로 제시하는 '역노화 지수(Index)'도 정립할 계획이다.
박건후 연구원은 “40억년의 바다는 생물들이 노화에 적응해 온 거대한 실험실이다. 현재 가능성을 확인한 단계인 만큼, 효능과 안전성을 차례로 검증해 해양 바이오를 우리나라 미래 성장 산업으로 키워가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가운데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르다. 2024년 기준 기대수명은 83.7년이지만 실제 건강수명은 65.5년에 그쳐 약 18년은 노화 질환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다.
부산=임동식 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