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 부스터가 달 표면에 충돌하며 보기 드문 인공 충돌 흔적을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5일(현지시간) 과학계와 CBS 뉴스 등 외신은 이날 새벽께 약 4000kg에 달하는 스페이스X 팰컨9 2단 로켓 부스터가 달 표면에 충돌했다고 밝혔다.
길이 약 13.7m, 폭 약 3.7m 크기의 이 로켓체는 시속 약 8690km의 속도로 달 표면에 부딪혔다. 충격은 TNT 약 3톤의 폭발력과 맞먹는 수준으로 이번 충돌로 폭 약 30m, 깊이 약 4.8m에 달하는 거대한 분화구가 형성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칼 슈미트 보스턴 대학교 우주물리학센터 행성 과학자는 “이러한 현상은 매우 드물게 일어난다”며 “달 대기의 작동 방식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슈미트 박사는 칠레에 위치한 초대형 망원경(VLT)의 분광 관측을 통해 나트륨과 리튬 가스 기둥이 포착되었으며, 이는 충돌의 명확한 증거라고 덧붙였다.
충돌한 잔해는 지난해 1월 달 착륙선 두 대를 쏘아 올린 팰컨 9의 일부다. 당시 탑승했던 파이어플라이의 '블루 고스트-1' 달 착륙에 성공했으나, 아이스페이스의 '쿠토-R' 불시착했다. 방출된 로켓 상단부는 우주 공간을 표류하다가 태양 활동과 중력의 영향으로 달의 전면부 궤도로 끌려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줄리아나 샤이먼 스페이스X NASA 과학 및 드래곤 프로그램 총괄은 “로켓의 폐기 과정을 규정대로 이행했으나, 태양풍과 중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궤도가 달을 향하게 됐다”고 밝혔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독립 연구진의 데이터 분석 결과, 로켓 부스터가 달 서쪽 가장자리의 '아인슈타인 크레이터' 및 '벨 크레이터' 인근에 반드시 충돌할 것임을 미리 파악했었다고 전달했다.
충돌이 달의 밝은 면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육안이나 일반 망원경으로는 섬광을 감지하기 어려웠다. 다만 NASA의 달 정찰 궤도선(LRO)이 충돌 전후 사진을 촬영, 이미지 수집 및 분석 과정을 거쳐 1~2주일 뒤에 이미지 분석이 완료될 전망이다. 과학자들은 이번 충돌로 분출된 가스와 달 먼지를 분석하여 달 표면 아래에 존재하는 얼음 매장량과 지질학적 특성을 파악하는 데 귀중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충돌은 과학 데이터 수집에 활용되는 한편, 급증하는 우주 쓰레기 관리 우려를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 1960년대 아폴로 계획 이후 현재까지 달 표면에 남은 인공 파편은 209톤에 달한다. 이번 충돌로 4t 무게의 팰컨9 잔해가 더해지면서 달에 쌓인 인공 파편은 한층 늘어나게 됐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