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한 아버지에게 처음 보는 새엄마가”…러 보상금 노린 '검은 과부' 사기 기승

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러시아에서 참전 군인의 전사 보상금을 노리고 신병들과 위장 결혼을 올리는 일명 '검은 과부(Black Widows · 블랙 위도)'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5일(현지시간) CNN이 보도했다.

러시아군 전투원이 전사할 경우 유족은 군으로부터 위로금 명목으로 최소 500만 루블(약 8800만 원)의 일시금을 받는다. 사기꾼들은 전선에서의 높은 치사율을 악용해 취약한 남성들에게 접근, 신속하게 결혼식을 올린 뒤 남편이 전사하면 혈연관계를 가진 다른 가족들을 배제한 채 보상금을 독식하는 수법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거주하는 마리아(37)는 최근 59세인 아버지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사망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슬픔도 잠시, 마리아는 아버지가 전선으로 파견되기 불과 이틀 전 자신보다 22세 어린 의문의 여성과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유족 앞으로 지급되는 공식 사망 보상금의 법적 상속 자격이 일면식도 없는 새어머니에게 돌아간 것이다.

마리아는 아버지가 입대한 사실조차 몰랐다며 “그 여성과는 말을 해본 적도 없다. 처음부터 보상금을 노린 사기극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토로했다.

비슷한 사례로 범죄가 인정된 사례도 있다. 군 병원의 한 간호사는 자신이 돌보던 부상병 5명이 사망하기 직전 연달아 결혼해 사망 보험금을 타내려다 적발돼 해고당했다. 이 사건으로 이른바 '검은 과부 사기'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다.

이와 관련 시베리아 톰스크의 한 부동산 중개인은 영상 팟캐스트에서 자가 구매를 희망한다는 30세 여성에게 “특수군사작전에 참전한 남성과 결혼해 전사 보상금 800만 루블로 저렴하게 아파트를 사라. 요즘 많은 여성이 그렇게 아파트를 사고 있다”라고 농담조로 발언해 공분을 사기도 했다. 관련 발언자는 사회봉사형을 선고받고, 군 가족에 사과했다.

또한 극동 프리모르스키주(연해주)에서는 준위와 하사, 군 경리 담당자가 모의해 연고가 없는 고아나 취약계층 남성을 모아 위장 결혼을 시킨 뒤, 이들을 위험한 최전방으로 보내 전사하도록 유도한 혐의로 조사를 받기도 했다.

전쟁 장기화에 따른 경제 악화와 인명 피해가 누적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범죄가 잇따르자 러시아 사회 내부의 분노도 거세지고 있다. 러시아 의회의 레오니트 슬루츠키 의원은 “참전 용사 가족들을 파렴치한 범죄자와 검은 과부, 금융 사기꾼들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며 관련 범죄에 대한 강력한 단속과 법적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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