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아기 낳아도 시민권 안준다”… 트럼프, 원정출산 정조준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백악관 집무실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EPA 연합뉴스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백악관 집무실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외국인이 미국에서 아이를 낳아 시민권을 취득하는 이른바 '원정출산'을 막기 위한 추가 조치에 착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서명 행사에서 관련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시행을 공식화했다.

그는 지난 6월 말 연방대법원이 자신의 출생시민권 제한 행정명령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은 데 대해 “매우 실망스러운 판결”이라며 “공정하지 않은 결정이었다. 따라서 제도를 손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정출산을 통해 혜택을 받는 사례가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는 “수십만명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이 공개한 행정명령은 관광·유학 등 비이민 비자를 이용해 미국에서 출산하는 사례를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에 따라 국무부와 국토안보부는 미국에서 출산을 목적으로 입국하려는 외국인의 입국을 제한할 수 있게 된다.

과거 원정출산에 관여했던 외국인에게 입국을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원정출산을 알선하거나 지원한 개인과 단체를 상대로도 정부가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했다. 외국인 부모가 미국에서 출산한 자녀에게 시민권을 인정하는 증명서를 발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도 행정명령에 담겼다.

이 조항은 외국 대사 등 외교관이 미국에서 낳은 자녀와 미국 정부가 테러단체 또는 적성국 관련 인사로 분류한 이들의 자녀에게도 적용된다.

이번 조치는 임시 체류자나 불법 체류자의 자녀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제도를 제한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 연장선에 있다.

연방대법원이 출생시민권 제한에 제동을 건 이후에도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핵심 지지층에 이민 정책 성과를 부각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행정명령은 특히 중국 부유층의 원정출산 문제를 겨냥한 성격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중국의 부유층이 자녀의 미국 시민권을 얻기 위해 원정출산을 활용하고 있다고 여러 차례 비판해왔다.

미 정치전문매체 악시오스는 이번 조치가 연방대법원 판단 이후에도 다시 시민권 취득을 제한하려는 시도인 만큼,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다만 백악관은 이번 행정명령이 대법원 판결 취지와 충돌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직후 출생시민권을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내렸지만, 연방대법원은 지난 6월 30일 미국 수정헌법 14조를 근거로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에게는 원칙적으로 시민권이 자동 부여된다고 판단하며 제동을 걸었다.

미국 언론은 원정출산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았으며, 이를 알선하는 업체들이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플로리다주에서는 '마이애미에서 아기를 낳으세요(Birth Your Baby in Miami)'라는 업체가 2000건이 넘는 원정출산을 지원했다고 홍보해 연방 하원의 조사 대상에 오른 상태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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