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서 밥 먹으려면 벗고 먹어라”…몰카 공포에 '스마트 안경' 찬밥 신세

메타 스마트 안경. 사진=메타
메타 스마트 안경. 사진=메타
영국서 펍·극장 등 착용 제한 움직임 확산

인공지능(AI)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 안경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영국에서 식당과 펍, 극장 등 공공장소를 중심으로 착용을 제한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일반 안경과 구분이 어렵고 상대방이 촬영 사실을 인지하기 쉽지 않아 사생활 침해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런던의 유명 식당 '심슨스 인 더 스트랜드', '알링턴', '더 파크' 등을 운영하는 외식업자 제러미 킹은 녹화 기능이 있는 스마트 안경의 사용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영국 대형 펍 체인 웨더스푼스도 동의 없이 손님이나 직원을 촬영해서는 안 된다는 기존 규정을 스마트 안경에도 동일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회원제 클럽 소호하우스와 공연장 운영업체 ATG시어터스 역시 필요할 경우 착용자에게 안경을 벗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가 대응에 나선 것은 스마트 안경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 안경은 일반 안경 형태에 카메라와 마이크, AI 기능을 탑재한 웨어러블 기기로, 시장을 주도하는 메타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약 700만대를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 안경은 착용한 채 자연스럽게 촬영할 수 있어 주변 사람이 녹화 여부를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논란이다. BBC는 지난 5월 런던의 한 쇼핑몰에서 한 여성이 스마트 안경을 착용한 남성에게 촬영당한 뒤 영상 삭제를 요청했지만, 오히려 삭제 대가로 금전을 요구받은 사례를 보도하기도 했다.

메타는 촬영 시 외부에서 확인할 수 있는 LED 표시등이 작동하며 이용자가 이를 끌 수 없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또 표시등을 가리거나 훼손하려 할 경우 카메라 기능이 자동으로 비활성화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국 일부 업장들은 기기의 자체 보호 기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스마트 안경에도 기존 촬영 금지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AI 스마트 안경이 일상 속 웨어러블 기기로 확산되면서 편의성과 개인정보 보호 사이의 균형이 새로운 사회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

  • ET Ev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