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개미들, 삼전닉스 떠나 美 증시 사들였더니…월가 “위험자산 줄여야 할 때” 경고

뉴욕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 사진=연합뉴스
뉴욕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 사진=연합뉴스
국내 증시 변동성 확대로 美 시장에 자금 쏠려
투자자 낙관론 과열양상…위험 선호 너무 높아져
AI 기업 실적과 연준 통화정책에 시장 향배 달려

국내 증시가 반도체 업황 둔화와 변동성 확대에 흔들리는 사이 한국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미국 주식시장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하지만 뉴욕 증시의 강한 랠리 이면에서는 시장의 낙관론이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경고도 나온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전략팀은 최근 보고서에서 투자자들의 낙관론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위험자산 비중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마이클 하트넷이 이끄는 BofA 전략팀의 '강세·약세 지수'는 최근 9.7로 상승해 202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식시장 상승세가 여러 업종으로 확산되고 고수익 채권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등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가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하트넷 전략가는 경기와 통화정책, 인공지능(AI) 산업에서 예상하지 못한 악재에 대비해 방어주와 장기채권, 미국 달러 등으로 자금을 이동할 것을 권고했다.

미국 증시로 향하는 자금은 이미 빠르게 늘고 있다. BofA가 EPFR글로벌 자료를 인용해 집계한 결과, 지난 5일까지 한 주 동안 미국 주식시장에는 96억달러가 순유입될 것으로 전망됐다. 사상 최대 규모다.

한국 개인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매수세도 강하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액은 지난달 46억4241만 달러로, 올해 1월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심리가 약화된 것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코스피가 7월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변동성이 확대되자 상대적으로 강세를 이어간 미국 증시를 선호하는 투자자들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시장의 관심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으로 쏠리고 있다. 최근 발표된 고용지표가 경기 둔화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향후 금리 경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7월 미국 비농업부문 고용은 전월 대비 2만3000명 감소했다. 고용 둔화는 금리 인하 기대를 키울 수 있지만, 물가 압력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다면 연준이 완화적인 정책으로 선회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지난달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는 9대3으로 정책금리를 3.50~3.75% 수준에서 동결했다. 일부 위원들은 현재 금리 수준만으로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어렵다며 금리 인상 필요성을 주장했다.

결국 미국 증시의 다음 방향은 기업 실적과 투자심리가 금리 부담을 얼마나 견딜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AI 기업들의 실적 호조가 이어질 경우 랠리가 지속될 수 있지만, 금리가 예상보다 높은 수준에서 장기화되거나 경기와 AI 산업에서 악재가 발생하면 차익실현이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월가의 경고는 단순하다. 강한 랠리가 위험의 소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낙관론이 극단으로 치달을수록 작은 정책 변화나 경제지표에도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연준의 다음 선택이 미국 증시의 상승세를 이어갈지, 과열된 투자심리를 꺾을지 주목된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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