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POSTECH)은 한세광 신소재공학과·융합대학원 교수, 신소재공학과 석사과정 조경주 씨, 김성종 박사 연구팀이 김혜민 건국대 교수 연구팀과 함께 별도의 배터리나 전원 없이 실내등이나 햇빛만으로 상처 봉합과 조직 재생을 동시에 돕는 착용형 패치를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최근 빛으로 상처를 치료하는 다양한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 특정 파장의 빛을 상처에 쬐면 경계면의 콜라겐이 서로 이어져 실이나 접착제 없이 상처가 봉합되고(광화학적 조직 접합), 세포 대사와 염증 반응이 조절되면서 새살이 빠르게 돋는다(광 생체 조절). 흉터를 줄일 수 있고 몸에 칼을 대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치료법이다. 문제는 '빛을 어떻게 공급하느냐'다. 광 치료 장치는 LED나 레이저, 광섬유, 배터리 같은 외부 전원이 필요한데, 주렁주렁 매달린 장치를 얼굴처럼 눈에 띄는 부위에 오래 붙이고 다니기란 쉽지 않다.
연구팀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실내등이나 햇빛을 활용하는 방법을 생각했다. 핵심은 이러한 일상속 빛을 치료에 필요한 적색광으로 전환하는 발광 입자(RSLP)다. 칼슘-스트론튬 황화물 기반 소재에 유로퓸(Eu)과 툴륨(Tm)을 첨가하고, 결함과 이종접합 구조를 활용해 넓은 파장대의 빛을 흡수하도록 설계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입자는 상처 치료에 적합한 640㎚ 부근의 적색광을 방출하며, 빛이 잠시 끊겨도 어둠 속 야광별처럼 잔광을 낸다.

이 입자가 내뿜는 적색광은 광감작제(Ce6)를 활성화해 상처 경계면의 콜라겐을 엮어 절개 부위를 봉합하고, 섬유아세포 증식과 세포 이동을 촉진하며 염증을 완화해 새살을 돋운다. 봉합과 재생이라는 두 가지 일을 빛 하나로 동시에 해내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입자를 신축성이 좋은 실리콘 소재에 고르게 넣어 피부에 밀착되는 패치로 만들었다. 접착층으로 쓰인 하이드로젤 덕에 피부가 움직여도 잘 붙고, 늘리거나 접어도 발광 성능이 그대로 유지된다. 환자가 실내등 아래 있거나 햇볕을 쬐는 것만으로 LED와 배터리 없이 치료용 빛이 공급되는 셈이다.
동물모델 실험 결과 절개 상처에 12시간 동안 패치를 붙였을 때, 상처가 빠르게 봉합되고 조직 재생이 촉진됐다. 원형 상처 역시 기존보다 빠르게 회복됐다. 그뿐 아니라 정상 성인의 얼굴 피부를 대상으로 한 예비 인체 평가에서도 9시간 동안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피부 탄력 회복이 개선되고 붉은 기가 완화됐다.
한세광 교수는 “일상에서 쉽게 얻는 빛을 이용해 외부 전원 없이도 상처 봉합과 재생을 동시에 유도한 성과”라며 “환자가 병원 밖에서도 손쉽게 관리를 이어갈 수 있는 차세대 착용형 광의학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재원 한국연구재단 BRIDGE연구사업, KOBRA 프로젝트, 기초과학연구사업, 한국의료기기개발기금, B-IRC 사업, 세종과학펠로우십,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국가연구시설장비진흥센터 사업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성과는 최근 재료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Advanced Material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