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단은 암살 미끼였나… 트럼프, '에어포스원' 비밀 탈출 '군용기' 갈아타

에어포스원 앞에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연합뉴스
에어포스원 앞에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터키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과정에서 이란의 암살 위협에 대응해 비밀 군용기를 이용한 극비 작전을 펼쳤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작전을 전달받지 않은 기자단과 일부 백악관 실무진이 '미끼'로 동원돼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현지 시간) 워싱턴 포스트(WP)는 당국자들의 증언과 관련 자료를 인용해 지난 7월 8일 트럼프 대통령이 에어포스 원 대신 공군 수송기 C-32A를 타고 비밀리에 이동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당초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에어포스 원에 탑승해 출국했다고 발표했으나 이는 실제 이동 경로를 숨기기 위한 정교한 기만 작전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관계자는 “에어포스 원은 해당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언론 취재단과 일부 백악관 실무진을 태운 채 미끼 역할을 수행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암살 시도를 피해 에어포스원을 빠져나갈 때 동원된 것으로 추정되는 기내식 트럭.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암살 시도를 피해 에어포스원을 빠져나갈 때 동원된 것으로 추정되는 기내식 트럭.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구체적으로 작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앙카라 에센보가 공항에서 취재진과 카메라를 향해 인사한 뒤 구형 보잉 747 에어포스 원에 탑승했다. 그러나 탑승 직후 공항 기내식(케이터링) 트럭을 이용해 반대편 문으로 비밀리에 내려온 뒤 인근에 대기 중이던 C-32A 소형 군용 수송기로 은밀히 이동했다.

수송기 탑승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동선은 완전히 은폐되었으며,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역시 동일한 수송기에 별도로 탑승해 작전의 완벽성을 기했다. 그사이 언론 취재단이 에어포스 원에 탑승하자 백악관 관계자들은 보안을 이유로 기내 창문 가리개를 모두 내리도록 지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실제 트럼프 대통령을 태운 C-32A 수송기는 위치 추적 장치를 끈 채 군용 호출 부호를 사용해 영국 밀든홀 공군기지로 향했다. 반면 취재단만 탑승한 에어포스 원은 정상적인 전용기 호출 부호(AF1)를 노출한 채 운행했다.

미 안보 당국이 이 같은 비정상적인 작전을 감행한 배경에는 이란의 직접적인 암살 위협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군이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을 재개한 직후였던 데다, 터키와 이란이 국경을 접하고 있어 인접 지역에서의 대통령 안전 우려가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부터 이용하기 시작한 카타르 기증 최신형 보잉 747-8 항공기는 핵심 방어 시스템이 완비되지 않아 보안성 논란이 제기된 상태였다. 미 정보 당국은 대통령 전용기에 대한 구체적인 공격 첩보를 입수함에 따라 기만 작전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영국 도착 후 트럼프 대통령은 C-32A에서 내려 다시 기존 에어포스 원으로 옮겨 탄 뒤 카메라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창문 가리개를 내리게 한 이유에 대해 “상대해야 하는 자들 때문에 위험한 비행이었기 때문”이라며 자신이 이란의 '수배 대상 1순위'임을 강조했으나, 작전의 구체적 내막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탑승하지 않은 에어포스 원에는 당시 취재진과 참모진 등 100여 명이 탑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CIA 정보요원이자 국토안보부 정보국 고문인 스티븐 캐시 사무총장은 “이란이 대통령 대신 100여 명의 승객을 타깃으로 삼게 함으로써 대통령에 대한 위험을 줄이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치권과 언론 단체에서도 강한 비판이 쏟아졌다. 상원 법사위 소속 리처드 블루멘탈 의원(민주·코네티컷)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전례 없고 비현실적이며 무서운 작전”이라며 “대통령의 안전뿐만 아니라 민간인 안전 문제와도 직결된 만큼 의회 차원의 브리핑과 청문회가 필요한 사안이다. 당시 에어포스 원 탑승객들을 위해 어떤 예방 조치가 취해졌는지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언론인보호위원회(CPJ)의 호세 사모라 미주지역 책임자 역시 “정부는 취재진이 불필요한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보장할 의무가 있다”며 “기자들에게 신뢰할 만한 안보 위협 정보를 제공해 스스로의 안전을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위급 상황일수록 투명성은 정부가 지켜야 할 기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해당 작전의 세부사항에 대해 직접적인 확인을 피했다. 스티븐 청 백악관 공보실장은 WP를 통해 “대통령이 수많은 위협에 직면해 있으며, 관계자들은 그를 보호하기 위해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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