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주가가 크게 조정받은 SK하이닉스를 두고 미국 투자 전문매체가 오히려 '저가 매수 기회'라는 분석을 내놨다. 인공지능(AI) 메모리 시장에서의 압도적인 경쟁력과 미국 경쟁사보다 낮은 밸류에이션을 근거로 들었다.
미국 투자 전문매체 모틀리풀은 9일(현지시간) '최고의 AI 메모리주는 마이크론이나 샌디스크가 아니라 이 한국 기업'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SK하이닉스를 AI 메모리 시장의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았다.
최근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라 미국의 마이크론과 샌디스크가 주목받고 있지만, SK하이닉스에 더 큰 투자 기회가 있을 수 있다는 게 매체의 분석이다.
특히 최근 주가 하락이 실적이나 펀더멘털 악화보다는 높아진 시장 기대와 기술주 전반의 매도세에 따른 조정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따라 현재 주가 수준이 오히려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SK하이닉스의 핵심 경쟁력으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의 지배력이 꼽혔다. 모틀리풀은 시장조사업체 IDC 자료를 인용해 SK하이닉스가 올해 1분기 HBM 시장에서 56.4%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HBM은 AI 가속기가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필요한 고성능 메모리로, 엔비디아 등 AI 반도체 기업들의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될수록 HBM 수요도 함께 증가할 가능성이 큰 만큼 SK하이닉스가 장기적인 수혜를 받을 것으로 매체는 전망했다.
밸류에이션도 투자 매력으로 거론됐다. 모틀리풀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향후 12개월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5.5배로, 샌디스크 5.9배, 마이크론 12배보다 낮다.
모틀리풀은 SK하이닉스의 최근 조정이 펀더멘털 훼손보다는 투자심리 악화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AI 인프라 투자가 지속될 경우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했다.
하지만 국내 투자자들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11일 오전 9시30분 기준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보다 2.18% 내린 138만9000원에 거래됐다. 최근 한 달 동안 주가가 약 19% 하락하면서 역대급 실적에도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특히 주주환원 정책을 둘러싼 불만이 커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25~2027년 누적 잉여현금흐름(FCF)의 50%를 주주환원에 사용한다는 기존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AI 메모리 호황으로 현금 창출력이 크게 늘면서 투자자들은 자사주 매입·소각이나 배당 확대 등 보다 적극적인 주주환원을 요구하고 있다.
경쟁사 마이크론이 FCF의 100%를 주주에게 돌려주겠다는 방침을 밝힌 점도 부담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7일 주당 375원의 분기 배당을 결정했으며, 추가 주주환원 방안을 당초 연말보다 앞당겨 3분기 중 확정하기로 했다.
미국 낸드 자회사 솔리다임의 기업공개(IPO) 추진 가능성도 투자심리를 압박하는 요인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5일 솔리다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공시했다.
시장에서는 솔리다임이 별도 상장될 경우 이른바 '중복상장 할인'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낸드 사업의 가치가 별도 회사로 분리되면서 SK하이닉스 주주가 누릴 수 있는 기업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11일에는 SK하이닉스가 이미 매입을 확정했던 일부 크레디트 채권 투자를 발행 하루 전에 취소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채권시장에서는 운용 방식 변경 가능성 등이 거론되는 가운데, 증시에서는 여유자금 일부를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