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을 많이, 빠르게 쓰는 사람이 아니라 비즈니스 도메인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AI와 유기적으로 협업하며 비즈니스 임팩트를 만드는 사람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CJ올리브영이 지난 7월 크래프톤과 공동 개최한 '코파톤 AI 네이티브 해커톤'에서 우승한 최원준 씨는 AI 시대 경쟁력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최 씨는 응용통계학을 전공한 대학생이다. 취업을 준비하며 처음 참가한 해커톤에서 쟁쟁한 개발자들을 제치고 우승을 거머쥐었다.
올리브영은 이번 대회에서 '웰니스 기획전 자동화'를 과제로 제시했다. 최 씨는 상품기획자(MD)가 자연어를 기반으로 기획을 요청하면 트렌드 리서치부터 상품 큐레이션, 배너 문구 생성, 표현 안전성 검사, 운영자 검토·발행까지 이어지도록 자동화한 결과물을 만들었다.
MD가 상품 종류와 성분을 일일이 선별해 기획전을 만드는 과정을 효율화해 '휴가 다녀와서 푸석해진 피부를 잡는 애프터선 이너뷰티전'이라고 입력하기만 해도 발행까지 완성되는 구조다.

아이디어 출발점은 매장이었다. 최 씨는 2년째 올리브영 매장 크루로 근무하고 있다. 평소 고객을 응대하며 웰니스 상품에 관한 질문이 늘고 있다는 점을 체감했다. 올리브영이 '올리브베러'를 통해 잘 먹고, 잘 쉬고, 잘 가꾸는 웰니스 영역으로 확장하는 흐름도 직접 목격했다. 여기에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를 기획전에 반영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느꼈고, '기획전 자동화' 과제로 해소해야 할 문제를 정확히 꿰뚫을 수 있었다.
그는 “MD가 직접 기획하고 웹페이지로 도출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데, 트렌드는 워낙 빠르게 바뀐다”면서 “자동화가 되면 고객의 니즈를 앞단에서 예측하고 더 빠르게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비개발자인 최 씨는 코딩 능력보다 도메인 지식을 먼저 활용했다. 자신이 확실히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한 뒤 부족한 부분은 리서치로 보강했다. 이를 바탕으로 AI에 구체적인 작업 계획을 제시했다. 총 4시간의 과제 수행 시간 중 약 1시간을 계획 수립에 쓴 이유다.
예컨대 건강기능식품 관련 표현 안전성을 별도로 설계한 것은 최 씨가 매장에서 체득한 부분이다. 이후 관련 기준을 만들고 해당 부분을 걸러내는 작업을 AI에게 지시하는 것이 문제 정의와 해결 방식이다.

이번 해커톤은 단순한 코딩 실력을 겨루는 대회가 아니라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고, AI를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는 지 등을 함께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최 씨의 과제 수행 방식이 정확히 그 기준에 부합했다. 이는 CJ올리브영의 인재상과 그대로 맞닿아 있다.
권성환 CJ올리브영 테크전략팀장은 “AI 네이티브가 꼭 엔지니어일 필요는 없다”면서 “본질은 문제를 잘 정의하고 풀 수 있는 사람이며, AI를 활용해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최 씨의 목표는 AI와 함께 현장의 문제를 찾아 해결하는 엔지니어다. 그는 “매장과 해커톤에서 경험한 문제들을 언젠가 실제 서비스로 풀어보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면서 “AI와 기술을 조화롭게 사용해 고객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기획하고 만들 수 있는 엔지니어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다은 기자 dand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