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배선 저항 45% 뚝”…韓·美연구팀, 차세대 반도체 배선 소재 제어 기술 공동 개발

탄소 촉진제에 의한 루테늄 결정립의 성장과 결정 방향 정렬 과정.
탄소 촉진제에 의한 루테늄 결정립의 성장과 결정 방향 정렬 과정.

한·미 연구팀이 차세대 반도체 초미세 배선의 전기저항을 크게 낮출 수 있는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미량의 탄소를 일시적 결정 성장 촉진제로 활용해 비정질 절연 기판 위에서도 금속 결정의 방향을 정밀하게 정렬하는 기술을 이용한 것으로, 새로운 반도체 배선 소재 설계 원리를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총장 임기철)은 조용륜 중앙기기연구소(GAIA) 첨단분석센터 박사가 삼성전자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및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연구진과 함께 수행한 이러한 연구가 세계적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됐다고 21일 밝혔다.

반도체 칩에는 수많은 트랜지스터를 연결해 전기 신호를 전달하는 미세한 금속 배선이 촘촘하게 들어 있다. 배선의 폭이 수 나노미터 수준으로 작아지면서 기존 구리 배선의 전기적 한계를 보완할 차세대 금속 소재로 루테늄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루테늄 역시 매우 얇은 박막으로 만들 경우, 금속을 이루는 작은 결정들(결정립)이 서로 맞닿는 결정립계에서 전자가 산란하면서 전기저항이 증가하는 문제가 있다.

기존에는 금속의 결정 방향과 크기를 제어하기 위해 결정 구조가 잘 맞는 기판 위에서 금속 박막을 성장시키는 에피택시나 고온 열처리 등의 방법을 사용해 왔으나 적용할 수 있는 기판과 공정 조건에 제약이 있어 실제 반도체 공정에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조용륜 GIST 중앙기기연구소 첨단분석센터 박사가 투과전자현미경(TEM)을 이용해 시료의 미세구조를 관찰하며 분석하고 있다.
조용륜 GIST 중앙기기연구소 첨단분석센터 박사가 투과전자현미경(TEM)을 이용해 시료의 미세구조를 관찰하며 분석하고 있다.

공동연구팀은 루테늄에 미량의 탄소를 첨가한 뒤 열처리 과정에서 탄소가 결정립의 성장과 재배열을 돕고 이후 빠져나가도록 하는 새로운 전략을 제시했다. 탄소 함량을 달리해 비교한 결과, 루테늄을 구성하는 원자 1000개 가운데 약 5개에 불과한 약 0.48 at%(원자 퍼센트)의 탄소를 첨가했을 때 결정립의 성장과 정렬이 가장 효과적으로 촉진됐다. 반면 탄소가 지나치게 많아지면 결정 방향의 정렬을 오히려 방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어 탄소가 결정립의 성장과 정렬을 촉진하는 원리도 규명했다. 실시간 가열 투과전자현미경(In-situ Heating TEM)으로 직접 관찰한 결과 450℃에서 열처리한 루테늄 박막의 평균 결정립 크기는 약 13㎚에서 91.7㎚로 약 7배 커졌으며, 결정들이 한 방향으로 정렬된 정도를 나타내는 결정 배향도는 99.3 %에 달했다.

결정의 크기를 키우고 방향을 정렬한 결과 전기적 성능도 크게 향상됐다. 두께 8㎚의 루테늄 박막에서 11.2 마이크로옴 센티미터(μΩ·㎝)의 낮은 비저항을 구현했다. 이는 탄소 촉진제를 사용하지 않은 루테늄보다 29.0% 낮은 수준이다.

초미세 배선 구조로 제작했을 때에는 배선 저항이 탄소 촉진제를 사용하지 않은 루테늄 대비 45.4% 감소했으며 선폭이 2㎚ 수준으로 작아진 차세대 반도체 배선에 요구되는 전기적 성능을 충족했다.

연구팀은 나아가 복잡한 3차원(3D) 반도체 구조에서도 이 기술을 적용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차세대 3차원 메모리와 2㎚급 이하 초미세 반도체 배선 등 복잡한 구조의 고집적 소자에 적용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조용륜 박사는 “금속 속 미량 원소를 단순히 제거해야 하는 불순물이 아니라, 결정립의 이동과 정렬을 유도한 뒤 빠져나가는 일시적 촉진제로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차세대 반도체 배선 소재의 구조와 전기적 성능을 함께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설계 원리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삼성종합기술원 임용철 박사, 하윤후 박사, 이영민 연구원, 조용륜 GIST 중앙기기연구소 첨단분석센터 박사.
왼쪽부터 삼성종합기술원 임용철 박사, 하윤후 박사, 이영민 연구원, 조용륜 GIST 중앙기기연구소 첨단분석센터 박사.

전남광주=김한식 기자 hs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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