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속 미생물로 위암·대장암 판별…간편 조기진단 가능성 열었다

연세 시그니처 연구진. (왼쪽부터)허지원 충남대 교수, 장래근 연세대 박사후연구원, 김지현 연세대 교수, 이용찬 연세대 의대 교수, 김태일 연세대 의대 교수, 지선하 연세대 교수. (연구재단 제공)
연세 시그니처 연구진. (왼쪽부터)허지원 충남대 교수, 장래근 연세대 박사후연구원, 김지현 연세대 교수, 이용찬 연세대 의대 교수, 김태일 연세대 의대 교수, 지선하 연세대 교수. (연구재단 제공)

국내 연구진이 입속 미생물이 장으로 이동하는 정도를 정량화해 위암과 대장암을 판별할 수 있는 비침습적 진단 기술을 개발했다. 입안 헹굼이나 대변 채취만으로 암 관련 신호를 확인할 수 있어 조기 암 검진의 편의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연구재단은 김지현 연세대 시스템생물학과 교수와 장래근 박사, 지선하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이용찬·김태일 연세대 내과학교실 교수, 허지원 충남대 교수 등 '연세 시그니처' 연구진이 구강-대변 미생물 전이 지수를 개발하고, 이를 활용해 위암과 대장암을 판별하는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진단 전략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성인은 하루 약 1ℓ의 침을 삼키는 과정에서 약 1조 마리의 구강 미생물을 소화기로 유입한다. 하지만 건강한 사람은 위산과 면역체계 등 방어 작용으로 구강 미생물이 장에 정착하기 어려워 구강과 장의 미생물 생태계가 뚜렷하게 구분된다.

연구진은 질환이 발생할 경우 이 같은 구강과 장 사이의 미생물 생태계 장벽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세브란스병원과 세브란스헬스체크업을 찾은 건강인과 대사질환자, 위암 및 대장·직장암 환자 507명으로부터 구강과 대변 시료 1010개를 동시에 확보해 분석했다.

분석 결과 구강-대변 미생물 전이 지수는 건강한 사람보다 위암과 대장암 환자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았다. 음주와 운동, 체질량지수(BMI) 등 환경적 요인을 고려한 뒤에도 차이가 뚜렷했다.

암 종류와 진행 단계에 따라서도 미생물 전이 양상이 달라졌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구강에서 장으로 이동하는 미생물 정보가 암의 진행 정도를 반영하는 조기진단 지표로 활용될 가능성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인공지능(AI) 분석 기법인 '랜덤 포레스트'를 활용해 위암과 대장암 분류 모델도 구축했다. 전 세계 7개 외부 임상 코호트의 시료 2031개를 대상으로 검증한 결과 재현성과 일반화 가능성을 확인했다.

특히 대변 시료 없이 구강 시료만으로도 암 관련 신호를 탐지할 수 있었다. 입안을 헹궈 시료를 확보하는 간단한 방식으로 암 선별검사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셈이다.

대장암 1차 선별검사에 활용되는 대변잠혈검사와 비교해서도 연구진이 개발한 모델은 암 환자를 찾아내는 민감도에서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

연구진은 후속 연구에서 건강검진 코호트와 고위험군을 장기간 추적해 암 진단 이전부터 나타나는 구강-장 미생물 전이 신호를 규명하고 조기 선별 모델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김지현 교수는 “간단히 입을 헹구는 것만으로 암 관련 신호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암 검진의 문턱을 낮추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향후 유전정보와 임상정보를 결합한 개인 맞춤형 질병 위험 예측 모델로 고도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세포 숙주와 미생물'에 21일 온라인 게재됐으며, 관련 특허도 출원됐다.

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

  • ET Ev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