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트코인이 7만9000달러선까지 치솟은 뒤 7만7000달러대에서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가상자산 규제 완화 움직임이 투자심리를 끌어올린 가운데 상승세 지속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23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오전 9시40분 기준 7만7200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지난 21일 오전 7만5000달러를 돌파한 뒤 장중 7만9000달러선까지 치솟으며 3개월 만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후 일부 상승폭을 반납했지만 7만700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미 재무부의 장기 국채 바이백 확대 발표로 장기금리와 달러가 한때 하락한 데다 가상자산 규제 완화 기대까지 맞물린 영향이다.
가상자산 정책 기대에 불을 붙인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백악관에서 코인베이스와 로빈후드, 크라켄 등 주요 가상자산 기업 경영진과 만나 의회에 가상자산 시장구조법인 '클래리티법(CLARITY Act)' 처리를 촉구했다.
클래리티법은 미국 가상자산 시장의 규제 기준과 감독 체계를 정하는 법안이다. 가상자산이 '증권'인지 '상품'인지 구분하는 기준을 마련하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가운데 어느 기관이 감독할지를 명확히 하는 것이 핵심이다. 가상자산 업계가 오랫동안 요구해온 규제 불확실성 해소와 직결돼 있다.
법안은 지난해 7월 하원에서 찬성 294표, 반대 134표로 통과했다. 이후 상원으로 넘어갔지만 여야 간 이견으로 처리가 지연됐다.
비트코인 상승세의 지속 여부와 클래리티법 처리의 다음 분수령은 9월 15일이다. 존 튠 미국 상원 원내대표가 신청한 토론종결 표결이 이날 예정돼 있다. 법안 심의를 진전시키려면 60표가 필요해 공화당 단독으로는 부족하고 민주당의 협조가 필요하다. 표결이 무산되면 연내 처리 가능성도 낮아진다.

쟁점은 적지 않다. 민주당과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대통령을 비롯한 공직자가 가상자산 사업을 통해 이익을 얻지 못하도록 보다 강한 '이해상충 방지 장치'를 요구하고 있다. 자금세탁 방지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스테이블코인 보상 지급을 둘러싸고는 은행권과 가상자산 업계의 이해관계가 맞서고 있다.
의회의 법안 처리가 늦어지는 사이 미국 금융당국은 자체적으로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SEC는 지난 18일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가상자산 발행에 대해 기존 증권 등록을 의무 면제하는 내용의 새 규제안을 제안했다. 가상자산 기업이 4년 동안 최대 500만달러 규모의 토큰을 발행하거나 12개월 동안 최대 7500만달러를 조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이 담겼다.
CFTC 역시 디지털자산 관련 파생상품 규제 정비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회동에서 CFTC가 하이퍼리퀴드로 대표되는 무기한선물 거래를 미국 시장에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회 입법과 별개로 SEC와 CFTC가 제도화에 나서면서 미국 정부의 친가상자산 정책 기조가 재확인된 셈이다.
시장의 관심은 이번 반등이 추세 전환으로 이어질지에 쏠린다. 단기적으로는 오는 28일 케빈 워시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잭슨홀 연설과 미국 국채금리·달러 흐름이, 중장기적으로는 클래리티법 처리와 SEC·CFTC의 후속 정책이 비트코인 추가 상승을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가 클래리티 법안 통과도 촉구했으나 연내 통과 가능성은 여전히 낮은 상황”이라며 “트럼프 본인과 관련된 윤리·이해상충 이슈가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라고 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