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과학관 전시의 대세는 보고, 만지고, 느끼는 이른바 '체험형'이다. 더 창의적이고 흥미로운 전시물로 관람객의 발길을 끌어모으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과학의 본질적 가치를 고민한 곳이 있다.
바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익스플로라토리움(Exploratorium)'이다. 1969년 실험물리학자 프랭크 오펜하이머가 '과학은 눈으로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해보는 것'이라는 철학으로 설립한 이곳은 세계 최초로 '핸즈온(Hands-on, 직접 만지는)' 방식을 도입한 과학 문화의 랜드마크다. 연간 방문객은 100만 명, 전시물은 650여 종에 이른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엠바카데로 15번 부두에 위치한 익스플로라토리움을 찾았다. 바다 내음 속에 마주한 거대한 상자 모양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박물관 특유의 엄숙한 정적 대신, 전시물을 두드리고 레버를 돌리는 관람객들의 유쾌한 소음이 귓가를 채웠다.

칸막이 없는 개방형 공간은 6개 테마로 나뉘어 있었다. '탐험하다(Explore)'와 '장소(orium)'를 합친 명칭답게 첫인상부터 일방적 '관람'이 아닌 쌍방향 '체험'이 중심이었다. 전시물과 관람객을 가로막는 통제선이나 유리벽은 찾아볼 수 없었다. 연구원들이 실제 실험하고 전시물을 제작하는 연구실마저 방문객에게 투명하게 오픈돼 있었다.
1층에 마련된 대형 수조는 소용돌이(Vortex)를 직접 만들어보는 코너로 꾸며졌다. 1506년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처음 소용돌이 실험을 구상했던 연구 노트가 함께 전시돼 깊이를 더했다. 손으로 크랭크를 돌려 운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 발전기 코너에서는 관람객들이 코일과 자석의 회전에 따라 전류의 세기가 달라지는 원리를 온몸으로 체득하고 있었다.

인적 운용 방식도 독특했다. 현장 가이드로는 전문 박사나 교사 대신 고등학생을 우선 채용해, 지식을 일방 주입하기보다 관람객과 동등한 눈높이에서 호기심을 나누도록 했다.
린지 비어만 관장은 “이곳은 단순히 설명하는 곳이 아닌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탐구하는 공간”이라며 “현대차그룹과 협력해 아시아와 글로벌 과학 교육 및 문해력, 혁신을 함께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이곳과 협력해 서울 삼성동에 짓고 있는 글로벌비즈니스콤플렉스(GBC)에 2032년 미래형 체험 과학관을 조성할 계획이다. 국내 기존 과학관의 '유리관식 전시' 한계를 넘어, 모빌리티·로봇·AI 등 첨단 기술과 기초과학을 융합한 시민 참여형 과학 허브를 GBC에 구현한다는 구상이다.

본격적인 개관에 앞서 관람객 경험을 사전에 검증하기 위해 오는 10월부터 11월까지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팝업 전시 '해브 펀 위드 사이언스(Have Fun with Science)'를 무료로 연다. 기초 과학 원리를 바탕으로 한 체험형 전시물을 먼저 선보이고, 현장에서 수렴한 관람객 목소리를 GBC 과학관 설계에 적극 반영할 방침이다.
샌프란시스코(미국)=
김지웅 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