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가 신제품뿐만 아니라 출시 후 수개월이 지난 기존 판매 제품의 가격까지 잇달아 인상했다. 화웨이와 샤오미, 아너가 동시에 가격 조정에 나서면서 스마트폰 업계 원가 상승 부담이 소비자 가격으로 본격적으로 전가되는 모습이다.
특히 9월은 주요 제조사 하반기 플래그십 경쟁이 시작되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이번 가격 인상에 업계 관심이 집중된다. 기존 제품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 차세대 프리미엄 스마트폰까지 높은 가격으로 출시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와 샤오미, 아너는 지난 9월 1일을 전후해 주요 스마트폰 판매 가격을 조정했다. 인상 폭은 제품별로 200위안에서 최대 1000위안에 달한다.

화웨이는 이번 가격 조정에서 가장 큰 폭의 인상을 단행했다. Mate 80 시리즈는 전반적으로 800위안 가격이 올랐으며, Mate 80 Pro 시리즈는 일부 모델을 중심으로 1000위안 인상됐다. 중저가 라인업인 창샹 90 Pro Max 역시 3개 모델 모두 200위안씩 가격이 올랐다.
아너도 주요 제품 가격을 조정했다. Power2는 사양별로 500~600위안 인상됐으며, 플래그십 제품인 Magic8은 4개 모델에서 300~500위안 가격이 상승했다.
샤오미는 가장 많은 제품을 인상 대상에 포함했다. 샤오미 17은 4799위안에서 5099위안으로, 샤오미 17 Pro는 5399위안에서 5699위안으로 각각 올랐다. 샤오미 17 Pro Max는 기존 6499위안에서 6999위안으로 500위안 인상됐다.

중저가 제품도 예외가 아니었다. 샤오미 17T는 3299위안에서 3499위안으로, REDMI K90 Max는 3499위안에서 3899위안으로 조정됐다. REDMI K90 울트라는 3299위안에서 3699위안으로, REDMI Turbo 5 Max는 2799위안에서 2999위안으로 각각 가격이 올랐다. 샤오미는 총 7개 제품의 가격을 200~500위안 인상하면서 프리미엄부터 중저가까지 주요 가격대를 두루 조정했다.
일부 제품은 올해 들어 두 차례 가격이 인상됐다. 샤오미 17 Pro Max는 지난달 초 5999위안에서 6499위안으로 오른 데 이어 이번에 다시 6999위안으로 조정됐다. 한 달 사이 두 차례 가격이 오르면서 기존 가격보다 1000위안 비싸졌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기존 제품 가격까지 올리는 것은 핵심 부품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이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상반기부터 메모리와 주요 부품 가격은 상승세를 이어왔지만 제조사들은 기존에 확보한 저가 부품 재고를 활용해 가격 인상을 최대한 억제해 왔다.
그러나 저렴한 가격에 확보했던 재고가 소진되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최근 계약된 고가 부품이 본격적으로 생산 설비에 투입되면서 제조 원가 상승분을 더 이상 내부에서 흡수하기 어려워졌다고 분석한다.
화웨이 경우 상반기 주요 경쟁사와 달리 기존 플래그십 제품의 가격을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해 왔다. 하지만 부품 가격 상승이 장기화되면서 결국 가격 조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 가격 상승은 올해 스마트폰 산업의 가장 큰 원가 변수로 꼽힌다. 스마트폰 고용량 메모리 탑재가 확대되고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 기능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메모리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동시에 AI 서버와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글로벌 메모리 공급 구조도 변화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올해 하반기에도 메모리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폰 제조사 입장에서는 제품 원가 상승을 자체적으로 흡수하거나 출고가를 올려야 하는 선택지에 놓인 셈이다.
하반기 신형 플래그십 경쟁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9월부터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가 차세대 전략 제품을 잇달아 공개할 예정인 가운데 신제품 역시 메모리 가격 상승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차세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제조 비용 상승도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플래그십 스마트폰용 칩세트가 3나노미터 공정에서 2나노미터 공정으로 전환되면서 반도체 생산 비용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미세 공정 전환은 성능과 전력 효율을 높일 수 있지만 제조 단가 상승을 동반한다. 첨단 공정용 웨이퍼 가격과 설계·생산 비용이 오르면 퀄컴과 미디어텍 등 칩세트 업체의 공급 가격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메모리와 프로세서라는 두 핵심 부품 가격 상승을 동시에 마주하게 된다. 프리미엄 제품일수록 대용량 메모리와 최신 공정 기반의 고성능 AP를 탑재하는 만큼 원가 상승 압력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과거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신제품 출시가 기존 제품 가격 인하로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신제품 가격이 상승하는 동시에 기존 플래그십 제품 가격까지 오르는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하반기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은 AI 기능과 카메라 성능, 반도체 기술 경쟁을 넘어 높아진 부품 원가를 누가 얼마나 흡수할 수 있느냐 경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신제품 출시를 기다리면 기존 모델을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었던 소비자들의 공식도 당분간 달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스마트폰 교체를 미루며 가격 하락을 기다려 온 소비자에게도 올해 하반기는 쉽지 않은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제품은 원가 상승으로 출고가 인상 가능성이 높고, 기존 제품 역시 예년처럼 빠른 가격 인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자신문과 36케이알이 공동 기획한 기사입니다.
김현민 기자 min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