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부동산·카페·블로그 크롤링 접근 제한 때문
‘대체불가’ 데이터에 AI 접근불가…정당가치 논의 단초로
네이버가 세운 '데이터 장벽'이 챗GPT를 가로막았다. 오픈AI가 챗GPT로 새 집을 찾는 모습을 국내 첫 광고로 내세웠는데, 정작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네이버 부동산'의 매물 정보는 파악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서비스 경쟁 속 데이터 접근 이슈가 부동산 정보를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난 셈이다. 앞으로 데이터에 대한 정당 가치 관련 사회적 논의에 불을 지피는 단초가 될 전망이다.
2일 전자신문이 오픈AI가 지난 7월 공개한 국내 첫 광고 내용대로 부동산 매물을 검색한 결과 국내 최대 규모로 꼽히는 네이버 부동산 데이터는 인용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오픈AI가 한국 시장을 겨냥해 처음으로 기획·제작한 챗GPT 브랜드 캠페인 ‘그 모든 것에, 챗GPT’의 ‘나의 새 집 찾기 좀 도와줘’ 편. - 지난 7월 23일 업로드된 해당 영상의 유튜브 조회수는 9월 2일 기준 1500만회를 돌파했다. [사진=오픈AI코리아 유튜브 영상 갈무리]](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8/31/news-p.v1.20260831.5b6646cb06d24d43b889b9c5395636e4_P1.jpg)
광고 속 커플은 챗GPT에 강아지를 산책시키기 좋은 공원이 있는 신촌 지역의 집을 찾아달라고 요청했다. 챗GPT는 조건에 맞는 동네를 추천했지만, 실제 매물을 찾아주는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기자가 직접 같은 질문을 해보니 네이버를 제외한 당근 부동산과 집토스 등의 매물 정보를 활용한 답변을 받았다. “네이버 부동산을 기준으로 다시 찾아달라”고 요청해도 네이버 부동산 데이터는 인용하지 못했다.
이는 네이버가 주요 AI 로봇의 데이터 접근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부동산·카페·블로그 등 자사 서비스에 로봇 배제 표준(robots.txt)을 설정해 오픈AI와 앤트로픽 등 주요 AI봇의 크롤링을 막고 있다. robots.txt는 로봇의 접근 허용 범위를 설정하는 국제 권고안이다. 챗GPT 이를 근거로 “현재 웹 검색만으로는 네이버부동산의 실시간 매물 목록을 가져와서 추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네이버 측은 이번 정책에 대해 “외부 서비스의 무단 수집으로부터 이용자 생성 콘텐츠(UGC)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데이터 장벽은 기업의 AI 서비스 경쟁력을 확보하고 경쟁사를 견제하는 도구로 작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매물 데이터는 국내 부동산 AI 서비스 경쟁에서 네이버가 글로벌 빅테크와 차별화할 수 있는 무기다. 외부 연동이 활발한 쇼핑·여행 데이터와 달리, 최신성과 정확성이 중요한 부동산 매물 정보의 대체재는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네이버는 AI 검색 서비스 'AI탭'에 부동산 매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부동산 에이전트'를 지난달 말 탑재했다.
![챗GPT에 ‘네이버 부동산’ 데이터 기준으로 전세 매물을 찾아달라고 요청한 결과. - [사진=챗GPT 답변 기반 AI 생성 이미지]](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8/31/news-p.v1.20260831.26ecb48fc9d3402c80547b3d7a6ce91f_P1.png)
네이버의 데이터 장벽 정책은 공개·차단 경쟁을 넘어 '데이터의 정당한 가치'를 둘러싼 논의로 확산할 전망이다. AI 성능을 좌우하는 고품질 데이터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지만, 이에 합당한 가치를 매기는 생태계는 아직 자리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글로벌 AI 기업은 공개된 웹 데이터를 광범위하게 학습·활용해왔다. 이에 반해, 비용과 인프라를 투입해 데이터를 구축한 플랫폼·콘텐츠 기업 사이에서는 AI의 데이터 무단 활용에 대한 경계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로봇 배제 표준을 설정해 웹에서 접근할 수 있는 콘텐츠에 대한 크롤링을 막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정당한 가치를 지급하는 기준이 없다면 결국 데이터 생태계는 위축되고, AI 기업은 고품질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성엽 고려대 교수는 “AI 모델 성능이 고도화하면서 AI 경쟁 방향성이 데이터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면서 “기업 간 데이터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합의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정부가 데이터 가치 평가 기준을 잡는 등 관련 논의를 이끌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인 기자 modernm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