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 빨리 주려다 중소 납품사 퇴출”…직매입 정산기한 단축에 유통업계 우려

국회가 대형 유통업체의 직매입 대금 지급기한을 대폭 줄이는 법안을 추진하면서 유통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납품업체의 현금흐름을 개선한다는 취지와 달리 유통사의 운전자본 부담이 커지면서 매입 규모 축소와 미판매 상품 반품 증가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2소위는 전날 유통업체의 직매입 대금 지급기한을 상품 수령일로부터 최대 60일에서 35일로 단축하는 내용의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대상은 연 매출 1000억원 이상 유통업체다. 특약매입·위수탁·임대을 거래도 판매 마감일로부터 지급기한을 기존 40일에서 20일로 줄이는 내용을 담았다.

이번 법안이 정무위 전체회의와 본회의를 통과하면 유통업체의 대금 지급기한은 2021년 법 개정 이후 5년 만에 다시 단축된다. 현재 35일 이상 정산하는 주요 업체로는 다이소·쿠팡·컬리·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등이 거론된다.

업계는 국회가 직매입 거래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직매입 유통업체는 상품을 미리 대량 구매해 재고로 보유한 뒤 판매한다. 정산기한이 60일에서 35일로 줄어들면 상품이 판매되기 전 납품업체에 지급해야 하는 현금이 크게 늘어난다. 회전율이 높은 인기 브랜드에 매입 예산이 집중되고 시즌 상품이나 중소·신생 업체 상품은 매입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생성형AI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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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플랫폼입점사업자협회는 2일 입장문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추진된 이번 개정안에 대해 깊은 유감과 우려를 표명한다”면서 “중소 납품업체와 소상공인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역효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제2의 홈플러스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른 국가에서도 정산기한을 일률적으로 단축하는 사례는 드물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유럽연합(EU)은 납품업체와 합의할 경우 정산기간을 60일까지 설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재고 보유기간이 긴 계절상품 등에는 최대 120일까지 예외를 허용한다. 미국에서는 아마존·월마트는 최대 90일, 코스트코·베스트바이는 최대 60일 수준의 정산기간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이온그룹과 세븐앤아이도 최대 60일을 적용한다.

정산기한 단축으로 직매입 자체가 위축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유통사가 규제를 피하기 위해 미판매 상품을 납품업체에 반품하거나 직매입 대신 특약매입·위수탁 거래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 특약매입은 직매입보다 납품업체와 유통사 간 교섭력 격차가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부작용이 우려된다.

한국중소상공인협회도 논평을 내고 “개정안은 표면적으로 납품업체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중소유통업체의 자생력을 꺾고 해외 거대 플랫폼의 독점을 방조하는 참담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면서 “시장의 현실과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전면 재검토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윤희석 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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