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한 지방 교육당국이 학생들의 저조한 시험 성적을 이유로 교사들을 무대에 세워 공개적으로 망신을 줬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비난 여론이 확산하자 해당 지방정부는 공식 사과했다.
4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쓰촨성 러보현 교육국은 지난 8월 말 내부 회의를 열고 초·중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포상 및 문책 행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초등학교 교사 20여 명이 무대에 올라 단체사진을 촬영했다. 교사들 뒤 대형 화면에는 학생들의 최근 시험 중간 점수가 표시됐으며, 100점 만점에 30점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화면 한가운데에는 '치루(?辱·치욕)'라는 문구가 크게 등장했다. 학생들의 낮은 성적에 대한 책임을 교사들에게 사실상 공개적으로 묻는 방식이었다.
이어 중학교 교사 20여 명도 같은 방식으로 무대에 섰다. 이들이 담당한 학생들의 평균 점수는 100점 만점에 15점에도 못 미쳤으며, 이들 뒤에도 '치욕'이라는 글자가 표시됐다.
현장에서 촬영된 사진은 중국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빠르게 퍼졌다. 관련 게시물은 한 SNS 플랫폼에서만 1억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논란이 확산했다.
누리꾼들의 비판도 이어졌다. 한 이용자는 “교사에 대한 존중은 전혀 없는 것이냐”고 지적했고, 다른 이용자는 “교육당국 책임자들이 교사를 노예처럼 취급하고 있다”며 책임자들의 사퇴를 촉구했다.
러보현은 쓰촨성의 대표적인 빈곤 지역 가운데 하나로, 이족(?族) 주민이 다수 거주하고 있다. 부모가 생계를 위해 대도시로 떠나 자녀만 고향에 남겨지는 경우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현지 언론에서도 교육당국의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중국 관영 매체 관찰망은 지난달 27일 논평을 통해 학생들의 성적이 낮은 원인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기보다 교사들을 공개적으로 질책했다며 교육당국의 조치를 비판했다. 이어 이 같은 방식은 교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인력 확보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커지자 러보현 정부는 지난달 28일 공식 사과문을 내놨다.
당국은 “회의 과정에서 교사들을 존중하지 않는 잘못된 행동을 했다”며 “당사자들에게 정신적인 피해를 입혔다”고 밝혔다. 이어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현재 관련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