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대학들이 지원서를 내지 않은 고등학생에게 먼저 합격 통지서를 보내는 '직접입학(Direct Admissions)' 제도를 확대하고 있다. 대학 진학 연령대 인구가 줄면서 신입생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자 학생이 대학을 찾아가는 기존 입시 방식에서 대학이 학생을 직접 찾아가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해 미국에서는 160개가 넘는 대학이 직접입학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미국 대학 공통 지원 플랫폼인 커먼앱에서 직접입학을 활용하는 대학 수도 2023~2024학년도 이후 3배 이상 늘었으며, 현재 커먼앱에서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의 약 20%가 이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12개가 넘는 주정부도 자체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직접입학은 학생이 대학별 정식 지원서를 제출하는 대신 커먼앱 등에 성적표와 기본 정보를 등록하면 대학이 이를 검토해 자체 기준을 충족한 학생에게 합격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학교에 따라 자기소개서나 비교과 활동, 표준화 시험 점수, 전형료 등이 필요하지 않다.
앤젤 페레스 전미대학입학상담협회(NACAC) 최고경영자는 이를 두고 “학생이 대학에 지원하는 대신 대학이 학생에게 지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학 입학을 위해 학생이 거쳐야 하는 절차와 장벽을 줄인 방식이라는 의미다.
직접입학 확산의 가장 큰 배경은 미국의 학령인구 감소다. 18세 인구가 줄면서 대학들이 한정된 신입생을 놓고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고, 특히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대학을 중심으로 학생 유치 경쟁이 거세졌다. 미국 4년제 대학의 평균 합격률이 이미 70%를 넘어선 만큼 복잡한 지원 절차를 유지할 필요성이 낮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학들은 직접입학을 통해 기존 모집 지역 밖의 학생들에게 학교를 알릴 수 있다. 앨라배마주 잭슨빌주립대는 최근 약 2000건의 직접입학 신청을 받아 이 가운데 150~200명을 실제 신입생으로 유치했다. 일반 전형보다 등록 전환율은 낮았지만 학생 후보군을 확대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대학 측은 평가했다.
학생 입장에서도 심리적 부담을 낮출 수 있다. 대학정보업체 니치에 따르면 직접입학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은 평균 8개 대학으로부터 합격 제안을 받았다.
다만 합격이 곧 등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높은 대학 등록금이 여전히 가장 큰 장벽이기 때문이다. 대학입시 컨설팅업체 인 칼리지 컨설팅의 베스 크레이머 설립자는 대학에 합격하는 것과 실제로 학비를 감당하며 다니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합격 통지와 함께 예상 학비와 장학금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앨라배마주는 참여 대학이 최초 합격 통지서에 예상 비용을 명시하도록 했고, 니치 역시 학생의 성적에 따른 장학금 정보를 안내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대학 입시는 학생이 대학을 찾아 지원하는 방식에서 대학이 잠재적 신입생을 직접 찾아가는 방식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