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에서 일반 화장품을 유명 럭셔리 브랜드 제품으로 둔갑시켜 인터넷을 통해 판매해 온 대규모 위조품 제조·유통 실태가 포착됐다.
7일(현지시간) 중국 신경보는 광둥성 산터우시 허핑진 일대에서 벌어진 가짜 화장품 거래 현장을 보도했다. 취재 결과 원료를 들여오는 단계부터 제품을 만드는 작업, 물류업체를 통한 배송과 온라인 판매까지 각각 역할을 나눠 움직이는 형태의 불법 유통 체계가 구축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매체가 온라인 판매처에서 확보한 화장품 6개를 조사한 결과 모두 모조품으로 판명됐다. 외관만 보면 정품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포장 상태가 비슷했지만, 정식 유통 제품과 적외선 분광분석을 실시하고 판매 경로를 역추적한 결과 가짜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제조업자들은 한곳에 생산시설을 모으지 않고 여러 가정집에 작업장을 나눠 마련했다. 이곳에서 자체적으로 제조한 내용물에 구찌, SK-II, 헬레나 루빈스타인, 샤넬 등 해외 유명 브랜드의 로고와 패키지를 입혀 정품인 것처럼 꾸몄다.
가격 구조도 상당한 차익을 남길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제조비가 3~5위안(약 600~1000원)에 불과한 위조 립스틱은 중간 판매업자에게 60위안에 넘어갔으며, 최종적으로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200위안(약 4만1000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됐다. 해당 브랜드의 정상 제품 가격인 410위안의 절반가량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신경보는 가격이 터무니없이 낮지 않았다는 점에서 소비자가 해당 상품을 할인 판매 제품이나 면세점 상품, 병행수입품으로 착각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피해 사례도 발생했다. 인터넷으로 구입한 화장품을 사용한 일부 구매자는 피부가 붓거나 손상되는 증상을 겪었으며, 이후 병원에서 접촉성 피부염 진단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판매업자들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한 방식도 활용했다. 하루 동안 수백 건의 주문을 처리할 수 있는 규모로 상품을 발송하면서도 온라인 판매 계정은 약 2주마다 정리하고 새로운 계정을 만들어 영업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시설 주변의 경계도 삼엄했다. 건물 곳곳에 감시카메라와 경보 장치를 설치하고 외부인을 감시하는 인력까지 두는 등 단속에 대비한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취재진이 현장을 확인한 뒤에는 경찰을 사칭한 인물이 전화를 걸어 체포될 수 있다고 협박하거나 신고를 철회하라고 요구하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매체는 전했다.
다만 현지 경찰과 시장관리 당국이 해당 사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수사에 들어갔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지역 관계자나 택배업체 등이 불법 유통을 묵인하거나 도움을 줬다는 의혹 역시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