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3월부터 국가연구개발사업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른 연구자의 제재금이 이미 지급한 연구비의 최대 5배에서 30배로 대폭 상향된다.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 제한 기간 역시 최대 10년에서 20년으로 늘어난다. 연구자의 자율성과 도전성은 높이되, 연구 부정에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게 하겠다는 의도다.
정부는 8일 국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국가연구개발혁신법' 개정안을 공포했다. 개정안은 연구부정행위에 대한 국가연구개발활동 참여 제한과 제재부가금 상한을 대폭 상향하고, 범죄 혐의가 있는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에 고발하거나 수사를 의뢰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개정안은 연구비를 악의적·상습적으로 부정 사용한 경우에는 국가연구개발활동 참여를 최대 20년 동안 제한해 해당 연구자를 연구 현장에서 사실상 퇴출하기로 했다. 학생 인건비 편취, 연구비 사적 유용 등 중대한 연구부정행위에는 정부 지원 연구개발비의 30배까지 제재금을 징수해 부정행위를 근절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번 개정이 모든 위반행위에 일률적으로 최고 수준의 제재를 부과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제재 처분은 사유의 중대성, 위반행위의 고의성·위반 횟수, 연구개발과제의 수행 단계와 진행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 연구부정행위에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관할 수사기관에 고발하거나 수사를 의뢰할 수 있도록 해 신속 대응한다.
우수 연구개발과제의 후속 지원 확대와 도전적 연구 촉진을 위한 제재 처분 기준 개편 등도 개정안에 담겼다. 개정안은 과제 선정부터 '연구 목표의 혁신성'을 핵심적으로 평가하도록 기준을 개정했다. 안전 지향적 과제 대신 높은 수준의 목표를 제시한 연구자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다.
단계·최종 평가에서는 결과물 중심 등급제 폐지의 후속 조치로서 '성과의 우수성'과 '도전적 연구 과정 중심'의 정성평가로 전환한다. 학문적·기술적 파급효과가 큰 '우수과제'뿐만 아니라, 혁신적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시행착오를 거쳐 탁월한 지식을 창출한 '우수도전 과제'도 후속 연구로 이어지도록 근거를 마련했다.
연구 결과가 극히 불량한 과제에 대한 제재 처분은 법령 위반, 협약 의무 미이행, 연구 부정 등 수행 과정이 중대하게 부적절한 경우에만 내리는 것으로 변경했다. 과기정통부는 연구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제재받을 수 있다는 연구 현장 우려를 해소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적 연구를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정안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내년 3월 시행된다. 과기정통부는 시행 시점에 맞춰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시행령 등을 정비할 예정이다.
박인규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이번 법 개정은 지난 6월 연구혁신비 신설, 간접비 네거티브 전환, 연구개발(R&D) 서식 간소화 등 연구자의 자율성 확대에 이어, 중대한 부정행위에는 그에 걸맞은 책임을 부과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연구자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도록 연구 자율성은 더욱 확대하고, 성실한 도전과 우수한 연구는 더 과감하게 지원해 '신뢰와 책임에 기반한 혁신 연구 생태계'를 확립하겠다”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