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으로는 못썼던 보험 보장한도를 다음해로 넘길 수 있게 된다. 흥국화재가 업계 최초로 한도이연 구조를 보험상품에 도입했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달 흥국화재는 '한도이연 주요치료비'에 대해 배타적사용권을 신청했다. 배타적사용권은 독창적인 보험상품을 개발한 회사에 일정 기간 독점적 판매 권한을 부여하는 제도로 소위 '보험 특허'로 여겨진다.
손해보험협회 신상품심의위원회는 혁신 보험상품을 개발한 회사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일정 기간 다른 보험사가 유사한 보험상품을 판매할 수 없도록, 배타적사용권 부여하고 있다.
기존 보험상품에 담보는 연간 보장 횟수 등 한도가 정해져 있었다. 치료를 받지 않아 한도가 남더라도 해가 지나면 소멸되는 구조다. 다음해 치료가 집중될 경우엔 전년도에 사용하지 않은 보장한도가 있어도 추가로 활용할 수 없다.
다만 실제 의료 이용은 질병 진단 이후 특정 시기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보험 보장한도가 연 단위로 고정돼 있는 탓에 소비자에게 비용적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흥국화재는 사용하지 않은 연간 한도를 다음 연도로 모두 이연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예컨대 암 진단 이후 암치료 보장 한도가 연 1회라고 가정했을 때, 최초 암 치료를 받고 이듬해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치료 한도가 다음해로 넘어가는 형태다. 이후 치료가 집중되면 이연된 한도를 포함해 두차례 보장이 가능하다.
휴대전화 요금제에서 쓰지 않은 데이터를 다음 달로 넘기는 '데이터 이월'과 비슷한 개념을 보험 보장에 적용한 셈이다. 흥국화재는 사용하지 않은 주요치료 보장 횟수를 다음 계약연도로 넘겨 필요한 시기에 활용할 수 있도록 상품을 설계했다.
기존 상품은 크게 주요치료를 통합해 연 1회 보장하는 방식과 수술·항암방사선·항암약물 등 치료 종류별로 각각 연 1회 보장하는 방식으로 나뉜다. 전자는 보험료가 저렴하지만 여러 치료가 발생할 경우 보장이 부족할 수 있고, 후자는 보장 범위가 넓은 대신 보험료가 비싸다는 단점이 있었다. 한도이연형은 두 방식 사이에서 사용하지 않은 보장을 축적해 필요한 시기에 활용할 수 있다.
보험료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흥국화재는 한도이연형 주요치료비 담보 보험료가 치료별 연 1회 보장 방식과 비교해 상품·담보에 따라 약 28~47% 낮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흥국화재는 이번 상품 개발을 위해 작년 12월~올해 8월까지 약 9개월간 약 200만건 의료이용 데이터를 분석했다. 개인별 치료 발생 시점과 반복 양상, 성·연령·질병별 장기 의료이용 분포 등을 분석해 한도 이연에 적용할 위험률을 산출했다.
흥국화재 관계자는 “향후 연간 한도 개념이 있는 다른 담보에도 한도이연 구조 확대 적용이 가능하다”며 “보장 유연성은 높이고 보험료는 낮춰, 소비자 편익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