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현물 ETF, 허용만으론 못 굴린다”…코인 보관·가격 기준부터 마련해야

(왼쪽에서 네번째)김종현 한국핀테크산업협회 회장, 안도걸 민주당 의원 등이 10일 디지털자산 금융 혁신사례와 대응전략 세미나에 참여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송혜영 기자)
(왼쪽에서 네번째)김종현 한국핀테크산업협회 회장, 안도걸 민주당 의원 등이 10일 디지털자산 금융 혁신사례와 대응전략 세미나에 참여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송혜영 기자)

국내에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도입하려면 코인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공정한 가격을 산정할 수 있는 체계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은행이 코인 보관에 대한 최종 책임을 지고 전문 가상자산사업자(VASP)가 실무를 맡는 방식이다. 여러 가상자산거래소의 시세를 종합해 ETF의 기준가격을 만들고, 증권사가 ETF 운용에 필요한 비트코인을 직접 사고팔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임승진 에프앤가이드 연구원은 10일 서울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디지털자산 금융 혁신 사례와 대응 전략' 국회 세미나에서 국내 디지털자산 현물 ETF 도입을 위한 세부 과제를 제시했다. 세미나는 민병덕·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핀테크산업협회가 주관했다.

비트코인 ETF가 허용되려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일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디지털자산이 자본시장법상 ETF의 기초자산으로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다. 금융회사가 디지털자산을 직접 보유하거나 취급할 법적 근거도 부족하다.

임 연구원은 현물 ETF 도입을 위해 △자본시장법상 디지털자산의 기초자산·특별자산 명시 △금융회사의 디지털자산 취급 허용 △수탁 재위탁 근거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가격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준도 과제로 꼽혔다. 단일 거래소 가격을 기준으로 삼을 경우 시세조종이나 거래소 장애에 취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복수의 적격 거래소 가격을 거래량에 따라 가중한 지수를 ETF 기준가격으로 활용하고,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따른 거래소 시장감시 체계와 연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국내외 가격 차이인 '김치 프리미엄'을 줄이려면 금융기관의 시장 참여와 해외 현물 조달도 허용해야 한다고 봤다. 지정참가회사(AP)가 국내외 가격 차이를 이용해 디지털자산과 ETF 지분을 설정·환매할 수 있어야 시장가격과 순자산가치(NAV)의 괴리를 좁힐 수 있다는 것이다.

수탁 구조로는 은행이 신탁업자로서 최종 책임을 지고, 실제 디지털자산 보관과 개인키 관리는 전문 VASP에 재위탁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은행은 법적 소유와 VASP 선정·감독을 담당하고, 전문 VASP는 콜드월렛과 개인키 관리 등 실무를 맡는 구조다. 복수 수탁기관 분산, 콜드월렛 보관 비중 80% 이상, 다중서명, 외부감사 결과 공시 등도 안전장치로 거론됐다.

ETF 설정 방식은 초기에는 현금 납입을 우선 허용한 뒤 자금세탁방지 체계와 금융회사의 디지털자산 취급 근거가 마련되면 현물 납입까지 확대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현물 설정·환매가 허용되면 AP의 차익거래가 쉬워져 ETF 가격과 NAV 간 괴리뿐 아니라 국내외 디지털자산 가격 차이도 줄일 수 있다.

24시간 거래되는 디지털자산과 운영 시간이 제한된 증권시장 간 차이도 풀어야 한다. 임 연구원은 현행 주식시장과 동일한 ±30% 가격제한폭을 적용하기보다 변동성완화장치(VI)와 괴리율 관리로 대체하고, 증권사의 헤지를 지원하기 위해 국내 디지털자산 선물시장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상품 도입은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1단계에서 비트코인·이더리움 단일자산 현물 ETF를 도입한 뒤 2단계에서는 복수 자산을 담는 멀티에셋·규칙 기반 상품으로 확대해야 한다. 마지막 단계에서 스테이킹과 유동성 스테이킹 토큰(LST), 탈중앙화금융(DeFi) 수익을 결합하는 방식이다.

임 연구원은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기준은 상품의 수익성이 아니라 앞 단계에서 위험 통제 능력이 충분히 검증됐는지가 돼야 한다”며 “해외 선례를 그대로 따르기보다 국내 시장에 맞는 수탁과 자산 분리, 투자자 보호, 환매 구조를 별도로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현 한국핀테크산업협회 회장은 “디지털자산 금융은 단순히 새로운 상품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수탁과 가격 산정, 거래·결제, 유동성 공급 등 금융 인프라 전반을 새롭게 설계하는 문제”라며 “기업이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투자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할 수 있도록 명확한 제도적 기준과 안정적인 시장 인프라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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