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반도체·AI 이끌 청정에너지 중심…전남해상풍력 단지를 가다

전남해상풍력 단지 전경 〈한국풍력산업협회 제공〉
전남해상풍력 단지 전경 〈한국풍력산업협회 제공〉
어선 뒤로 전남해상풍력 단지 모습이 보인다. 〈한국풍력산업협회 제공〉
어선 뒤로 전남해상풍력 단지 모습이 보인다. 〈한국풍력산업협회 제공〉

전남 신안 자은도 선착장에서 30~40분 정도 배를 타고 나가자 바다 한 가운데 우뚝 솟은 기둥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먼 시야에서 들어온 첫 모습은 바람개비 같았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드러난 풍력발전기의 실제 모습은 웅장함 그 자체였다. 발전 단지를 운영하고 있는 전남해상풍력 김진철 대표는 “블레이드(날개) 길이만 97m”라며 “터빈 높이와 블레이드를 합치면 남산타워에 맞먹는다”고 말했다. 지근 거리서 한 눈에 들어온 바다 위 거대 타워는 10기에 달했고, 힘찬 날개를 돌리고 있었다.

김진철 전남해상풍력 대표가 풍력 발전 단지를 설명하고 있다.
김진철 전남해상풍력 대표가 풍력 발전 단지를 설명하고 있다.

지난 10일 신안군 자은도 해상에 구축된 전남해상풍력 발전단지(1단지)를 찾았다. 국내 민간 주도 해상풍력 발전단지 가운데 최대 규모(96)를 갖춘 곳으로, 지난해 5월 가동을 시작해 올해로 만 1년이 됐다.

SK이노베이션 E&S와 에너지 투자개발사인 코펜하겐인프라스트럭쳐파트너스(CIP)가 공동 구축하는 전남해상풍력 단지는 미래 청정에너지원으로서의 국내 해상풍력 발전 가능성을 가늠하고, 반도체 등 첨단 산업 성장을 지원하게 될 시발점이라는 면에서 중요 의미를 갖는다.

먼저 국내에서도 100메가와트(㎿)대규모 해상풍력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례다. 기존에 운행했던 해상풍력은 전북 서남권(60㎿), 영광(34.5㎿), 제주탐라(30㎿) 등으로 규모가 한정적이었다.

김진철 대표는 “국내 최초 민간이 주도하는 대형 풍력 사업이다보니 많은 자금이 필요했는데, 주주사의 담보나 보증 없이 사업 자체의 신용과 기술력만으로 자금을 조달했고, 가동까지 성공시켰다”고 말했다.

현재 이용률은 30% 초반까지 올라섰다. 이용률은 설비용량 대비 실제 발전량의 비율로, 1년 만에 안착하고 있다는 평가다. 해상풍력은 야간에도 발전이 가능해 태양광보다 이용률이 높은 에너지원으로 꼽힌다.

풍력발전기 하부구조물(모노파일)을 이동하는 모습.〈출처: 전남해상풍력〉
풍력발전기 하부구조물(모노파일)을 이동하는 모습.〈출처: 전남해상풍력〉

해상풍력은 산업계 파급 효과도 크다. 풍력발전기 타워, 하부 구조물, 해저케이블 등 주요 기자재를 국내 기업 제품으로 조달할 경우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형성된다. 전남해상풍력의 경우 국산화율이 70%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정부가 추진하는 청정에너지원 확보, 나아가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에 해상풍력이 연계될 예정이어서 미래 첨단 성장을 좌우할 시발점이자 가늠좌로서 전남 서남해안에 구축되고 있는 해상풍력의 중요성은 남다르다.

이 때문에 한성숙 국무총리는 지난 13일 전남해상풍력 단지를 찾아 해상풍력의 보급 여건을 직접 확인하고 향후 확대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갖기도 했다.

한 총리는 “정부가 추진중인 반도체, AI데이터센터, 피지털 AI 등 3대 메가프로젝트 성공을 위해서는 해상풍력 등을 활용한 풍부한 청정전력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해상풍력 보급을 차질 없이 추진해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등 지역 첨단산업의 주요 전력 공급원으로 자리잡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성숙 국무총리(오른쪽)가 전남해상풍력 발전 단지를 찾아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국무조정실〉
한성숙 국무총리(오른쪽)가 전남해상풍력 발전 단지를 찾아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국무조정실〉

전남은 전국 해상풍력 발전사업 허가량인 35.6기가와트(GW) 중 22.2GW를 보유한 국내 최대 해상풍력 중심지다. 전남 서남해안에만 총 18GW 규모 해상풍력발전이 허가 받은 상태다.

하지만 해상풍력은 속도를 내기 힘들다. 복잡한 인허가, 기반시설 부족, 높은 사업비, 주민 수용성 및 군 작전성 문제가 걸림돌로 꼽힌다.

정부는 이를 개선하고 해상풍력 확산을 위해 정부가 입지를 발굴하고 사업 추진을 주도하는 내용의 특별법을 지난 3월 시행했다. 정부와 민간 전문가가 해상풍력 정책을 논의하는 범정부 기구인 해상풍력발전위원회도 만들었다. 자은도 해상에서 본격 가동을 시작한 발전기처럼 우리나라 풍력발전 산업이 궤도에 오를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신안=



윤건일 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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