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렘린궁, 러군 사기 증진 위해 '전사한 대공의 손뼈' 보냈다… 왜?

러시아 드미트리 돈스코이 대공 회화. 사진=gallerix
러시아 드미트리 돈스코이 대공 회화. 사진=gallerix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이 장기화되며 막대한 사상자가 발생하자, 러시아 측이 전선에 복무 중인 군인들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 중세 대공의 유물을 현장에 보낸 사실이 확인됐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러시아 정교회는 전선의 병사들에게 영적인 힘을 불어넣고 전승을 기원하기 위해 14세기 중세 드미트리 돈스코이 대공의 유해 일부를 점령 지역인 도네츠크 전선으로 전달했다.

돈스코이 대공은 1380년 쿨리코보 전투에서 몽골 킵차크칸국(금장한국)을 격파해 러시아 민족주의자들에게 영웅으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1389년 사망한 그는 1988년 러시아 정교회에 의해 성인으로 추대됐다. 이번에 전선으로 전달된 유물은 쿨리코보 전투 당시 그가 검을 휘둘렀던 오른손 부위의 유골 조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돈스코이의 석관은 올여름 크렘린궁 내 모스크바 대천사 성당 복원 작업 중 발견됐다. 러시아 정교회 모스크바 총대주교청은 이 성인의 유해를 전선에 보냄으로써 성스러운 사령관이 모스크바군과 함께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유해 조각은 화려하게 장식된 상자에 담겨 전선에 배치된 전투 부대 사이에서 순회 전시될 예정이다.

이 같은 행보는 전쟁이 5년 차에 접어들며 러시아군의 인명 피해가 극심해진 상황과 맞닿아 있다. 우크라이나 측 발표에 따르면 지난 7월 한 달 동안에만 4만 2,000명이 넘는 러시아군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전투 피로도가 누적되면서 도덕적 지원의 필요성이 높아진 탓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조치가 종교 기관까지 총동원해 전쟁 지지 여론을 조성하려는 시도라고 분석한다. 한 정교회 사제이자 역사가인 알렉산더 자네모네츠는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 기고를 통해 “이미 사제 전선 파견, 승리 기원 기도 의무화, 성상 비행 등을 시행한 상태”라며 “전쟁에 휘말린 국가가 종교를 포함한 모든 기관을 동원하는 전형적인 형태”라고 지적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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