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故)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비가 입어 유명해진 오프숄더 검은색 실크 이브닝드레스, 이른바 '복수의 드레스'가 경매에 부쳐진다.
이 드레스는 1994년 찰스 당시 왕세자가 방송을 통해 불륜을 시인한 직후, 다이애나 비가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에서 열린 파티에 참석할 때 착용한 의상이다.
영국 왕실에서는 공식 애도 기간이 아니면 검은색 옷을 입지 않는 것이 관례였고, 어깨선이 드러나는 오프숄더나 무릎 위로 올라오는 짧은 기장 등도 금기시됐다. 왕실 여성들은 통상 은은한 색감의 매니큐어를 사용했지만, 이날 다이애나 비는 강렬한 붉은색 매니큐어를 하고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남편의 배신 이후 왕실의 규범을 벗어난 모습으로 당당하게 행사에 참석하면서, 이날 다이애나 비가 입은 드레스는 '복수의 드레스(revenge dress)'라는 별칭을 얻었다.


10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경매업체 소더비는 오는 12월 9일 진행되는 경매에 다이애나 비의 이브닝드레스를 출품한다고 밝혔다. 예상 낙찰가는 최대 22만 파운드(약 4억 원)다.
다이애나 비가 사망하기 몇 달 전인 1997년 자선 기금 마련을 위해 의상 79벌을 경매에 내놓은 이후, 이 드레스가 경매 시장에 다시 나오는 것은 27년 만이다.
모건 할리미 소더비 패션 부문 책임자는 다이애나 비가 패션이라는 매개체를 본능적으로 이해하고 있었다고 평가하며, 감정적으로 가장 격앙된 순간에 가장 강력한 메시지를 옷으로 전달했다고 말했다.
당시 다이애나 비의 스타일리스트였던 안나 하비에 따르면, 다이애나 비는 원래 준비했던 발렌티노 드레스 대신 그리스 디자이너 크리스티나 스탐볼리안이 제작한 이 드레스를 행사 직전 전격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드레스는 1997년 경매 당시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출신의 브리지 매켄지 부부가 아동 자선단체 기부를 위해 3만9천98파운드(약 7천100만원)에 낙찰받아 소장해왔다. 매켄지는 최근 남편과 상의한 끝에 경매 출품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경매에는 다이애나 비와 디자이너의 친필 서명이 담긴 1997년 경매 카탈로그 희귀본도 함께 출품된다. 수익금 일부는 NHS 로디언 자선단체를 통해 로열 에든버러 병원에 기부될 예정이다.
한편 '복수의 드레스'는 12월 경매에 앞서 오는 18일부터 24일까지 소더비 런던 쇼룸에서 전시된 뒤 홍콩, 제네바, 뉴욕을 거치는 월드 투어 전시에 들어간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