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세청이 반도체 제조장비와 유리섬유 제품 등에 대한 품목분류 결정을 내리면서 기업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수출입 기업들이 제품의 외관이나 센서 구성만 보고 품목번호를 판단했다가는 통관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분류 오류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관세청은 지난달 열린 2026년 제5회 관세품목분류위원회에서 총 9건의 품목분류를 결정하고, 관련 내용을 반영한 '수출입물품 등에 대한 품목분류 변경고시' 개정안을 14일 관보에 게재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에서는 하나의 제품에 여러 센서가 장착된 경우도 실제 주된 기능이 무엇인지에 따라 품목번호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과, 원재료와 외관이 비슷한 유리섬유 제품도 제조공정과 결속방법에 따라 서로 다른 품목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사용되는 가스 압력 자동조절기다.
해당 물품에는 압력센서와 유량센서가 모두 내장돼 있어 '유량자동조절기'로 볼 것인지, '압력자동조절기'인 매노우스타트(manostat)로 볼 것인지가 쟁점이 됐다.
관세품목분류위원회는 최종적으로 제9032.20-0000호의 '매노우스타트(압력자동조절기)'로 결정했다. 이 품목의 WTO 양허세율은 0%다.
판단의 핵심은 센서의 개수가 아니라 실제 제품이 수행하는 주된 기능이다.
유량센서는 냉각 시스템의 이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가스 흐름을 측정하는 역할에 그친 반면, 압력센서는 가스 압력을 측정하고 이를 적정 수준으로 자동 조절하는 핵심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이 고려됐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해당 제품의 본질적인 기능이 가스의 유량 조절이 아니라 압력 조절에 있다고 보고 '매노우스타트'로 분류했다.

이번 결정은 여러 종류의 센서가 하나의 제품에 장착돼 있더라도 단순히 구성이나 센서 종류만으로 품목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반도체 장비처럼 복합적인 기능을 가진 첨단 제품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실제 작동원리와 주된 기능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품목분류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
유리섬유 제품에 대한 품목분류도 주목된다. 위원회는 기계적으로 인발한 유리 장섬유를 5~10㎝ 크기로 자른 뒤 무작위로 배열·적층하고, 바늘로 섬유를 얽어 결속하는 '니들펀칭(needle punching)' 방식의 유리섬유 시트를 심의했다.
쟁점은 이를 '기계적으로 접착한 유리섬유 매트'로 볼 것인지, '기계적으로 접착한 유리섬유 직물'로 볼 것인지였다.
위원회는 제조공정과 섬유 배열, 결속 형태, 제품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해당 물품을 '기계적으로 접착한 유리섬유 매트'인 제7019.14-0000호로 결정했다. 기본세율은 8%다.
원재료와 외관이 비슷하더라도 어떻게 만들었는지, 섬유가 어떻게 배열됐는지, 어떤 방식으로 결속했는지에 따라 품목분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이번 결정에서 확인됐다.
용융된 유리를 원심분리해 섬유화하는 방식으로 제조되는 글라스 울(glass wool)은 제조방법과 결속방법, 최종 형태가 쟁점 물품과 다르다는 이유로 이번 검토 대상에서 제외됐다.

글라스 울로 만든 시트에 대해서는 보다 직접적인 주의가 요구된다.
위원회는 해당 제품을 단순한 '글라스 울'인 제7019.80-1000호가 아니라 '글라스 울 제품'인 제7019.80-9000호로 결정했다. 두 품목의 기본세율은 모두 8%다.
과거 글라스 울과 그 제품이 동일한 품목으로 분류했지만, 2022년 품목분류 체계가 개정되면서 '글라스 울'과 '그 제품'이 서로 다른 품목으로 구분했다.
이에 따라 관련 제품을 수출입하는 기업들은 신고 과정에서 품목번호를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관세청은 앞으로도 관세품목분류위원회를 통해 신산업과 첨단소재 등 다양한 품목에 대한 합리적이고 일관된 품목분류 기준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업의 통관 편의를 높이고 품목분류에 따른 불확실성을 줄여 우리 기업이 국제무역에 보다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노지선 관세청 세원심사과장은 “품목분류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품목분류 사전심사제도도 운영하고 있다”며 “우리 수출입 기업들이 해당 제도를 적극 활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양승민 기자 sm104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