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앤디 워홀 작품을 위조해 판매한 대규모 미술품 사기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한 투자자 가족은 관련 미술상과 업체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부동산 투자자 리처드 펄먼 일가가 플로리다주 법원에 미술품 딜러와 갤러리 등 6명 이상의 개인 및 법인을 상대로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고 보도했다.
펄먼 가족은 2023년부터 약 10개월에 걸쳐 마이애미 소재 갤러리에서 워홀의 작품으로 소개받은 회화와 판화 200여점을 사들였다. 지불한 금액만 약 670만달러(약 90억원)에 이른다.
소장에서 가족 측은 해당 작품들이 앤디 워홀 재단에서 나온 정품이라는 설명을 듣고 거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워홀 재단은 2012년부터 작품에 대한 직접적인 진위 확인 업무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구매 이후 별도의 감정 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 상당수 작품이 위조된 사실이 확인됐다.
가족 측은 일부 가짜 작품이 페루에서 만들어진 뒤 미국으로 반입됐으며, 정품인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허위 인증서와 도장을 마련하는 데 관여한 인물들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작품 뒷면에 가짜 감정 도장을 찍는 한편, 운송 과정에서 작성된 서류에는 실제 거래 가치보다 크게 낮은 가격을 적어 넣는 방식도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소장품의 진위에 처음으로 의문을 품게 된 계기는 2023년 말이었다. 당시 가족은 자신들이 보유한 작품을 크리스티 전문가들에게 검토받았다.
이들이 감정을 의뢰한 작품에는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가수 데비 해리, 슈퍼맨 등 워홀이 반복적으로 다룬 유명 인물과 캐릭터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포함됐다.
크리스티 전문가들이 일부 작품의 진위에 문제를 제기하자 펄먼 가족은 판매자인 레슬리 로버츠에게 정품임을 뒷받침할 근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이후 로버츠를 상대로 법적 절차에 들어갔으며 해당 사건은 올해 1월 합의로 마무리됐다.
로버츠는 이와 별개로 진행된 미술품 사기 사건에서도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으며, 오는 24일 형량 선고를 앞두고 있다.
이번 사건을 두고 전문가들은 거래 정보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고 중개 과정도 복잡한 고가 미술품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사례라고 평가했다.
존 제이 형사사법대학의 에릭 톰슨 미술범죄학 교수는 “대부분의 거래가 공개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동일한 워홀 작품이 반복해서 시장에 나와도 구매자들이 이를 알아채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