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업계가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매대를 넘고, 국경을 넘는다. 어느때보다 K뷰티 열풍이 거센 상황에서 피부 진단부터 맞춤형 화장품 제작까지 AI 기반 큐레이션을 강화해 '뷰티 혁신'을 이어간다는 포부다.
CJ올리브영은 AI 피부 진단 기기 '스킨스캔'을 국내에서 먼저 선보인 뒤 해외 매장까지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스킨스캔은 AI 알고리즘 기반 전문 기기로 3분 만에 △수분감 △모공 △피부민감도 △주름 △피지분비 △색소침착 등 6개 항목을 분석해 피부 유형과 필요한 관리 항목을 진단해준다. 지난해 말 국내 매장 기준 누적 이용 건수 100만건을 돌파한 이후, 지난 5월 문을 연 미국 1호점 로스앤젤레스 패서디나점에도 입점했다.

현지에서도 반응은 뜨겁다. 매장 오픈과 동시에 스킨스캔 서비스 이용을 원하는 줄이 이어진다. 진단 결과에 따라 현장 직원은 적합한 제품을 추천하는 큐레이션 서비스도 제공한다.
올리브영 미국 패서디나점에서 만난 레티시아(27)씨는 “평소 피부 수분감이 낮게 느껴지긴 했는데, 스킨스캔으로 직접 피부가 원하는게 뭔지 진단하고 알아볼 수 있어 좋다”면서 “SNS로 서비스를 알게되어 방문했는데 이용 방식도 쉽고 간편하다”고 말했다.
진단 서비스는 색상 진단으로도 확장됐다. 지난달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올리브영 페스타 LA 2026' 현장에서도 AI 퍼스널컬러 진단 '마이 컬러 바이브' 존에 형성된 긴 대기줄을 목격할 수 있었다.
콜로라도에서 LA 올영페스타에 방문한 리나(17)양은 “기존에 단조롭게 색 추천을 해주던 퍼스널컬러와 달리, 조명이 달린 카메라로 피부를 촬영해 퍼스널컬러를 진단해주고, 디테일한 메이크업 컬러 추천과 제품 가이드 등이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서울 성수동에서는 한층 고도화된 AI 기술도 만나볼 수 있다. 약 500평 규모의 체험형 매장 '뷰티 맨션'에서는 AI가 퍼스널컬러와 얼굴 이미지를 분석해 1대1 메이크업을 진행하는 '컬러핏 터치' 서비스를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3층 스킨케어 서비스룸에서는 전문가용 3D 피부·두피 진단 장비로 피부 고민의 원인을 분석하는 '어드밴스드 더마 컨설팅', 두피 상태를 진단하는 '스킨·스칼프 컨설팅' 등도 운영한다. 평일 오전 시간에도 매장 곳곳에서 이를 체험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만큼 글로벌 수요가 높다.

아모레퍼시픽은 단순 진단을 넘어 맞춤형 화장품 제작까지 실시한다.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 '아모레성수'에서는 방문객이 전용 장비 앞에서 얼굴을 촬영하면 AI가 피부 상태, 밝기와 색상, 언더톤 등을 분석해 스킨·파운데이션·립 색상을 추천하고, 로봇 장비가 즉석에서 제품을 제조하는 서비스를 운영한다.
'마이 스킨 리포트' 카메라 앞에 서자 환한 조명에 피부 상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촬영 후 평소 피부 상태, 스트레스 정도, 식습관, 수면습관 등 조사를 병행하자 피부 상태를 측정하고 수분·탄력형 제품을 추천받기까지 채 3분도 걸리지 않았다. 비치된 10여종 제형 샘플로 선호 제형도 선택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피부 맞춤형 파운데이션 추천 '커스텀 매치 바이 미'에서는 100여가지가 넘는 색상 중 최적화된 베이스 제품을 찾을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색채 연구를 바탕으로 쿠션 혹은 파운데이션 제품을 만들 수 있다. 맞춤형 파운데이션 서비스는 도입 1년 만에 아모레성수 매장에서만 판매 4000개를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맞춤형 립 제품은 '헤라 센슈얼 립 커스텀 매치'에서 벨벳과 글로스, 플럼핑 등 3가지 제형과 142개 색상, 5가지 향을 조합해 최대 2000여개의 립 제품을 실시간으로 만들 수 있다. AI가 얼굴 피부톤의 명도와 채도, 컬러를 분석해 어울리는 색상을 추천하면 로봇팔이 색소를 정교하게 조합해 제품을 완성하는 방식이다.
아모레성수는 시즌에 따라 방문객의 80~90%가 외국인일 정도로 글로벌 수요가 급증했고, 맞춤형 서비스 이용 고객 중 외국인 비중도 8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기업인 한국콜마도 AI 기반 피부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한국콜마는 AI 기반 피부 마이크로바이옴 진단 솔루션 '카이옴(CAIOME)'을 통해 개인 맞춤형 스킨케어 솔루션을 제공한다.
기존 피부 진단 시스템이 피부 상태만 단순 분석했다면, 카이옴은 마이크로바이옴 생태계를 정량적으로 측정해 고가 장비와 장시간 분석 과정을 단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ODM사인 한국콜마가 이 같은 진단 기술을 확보하면서, 여러 화장품 브랜드에 개인화 솔루션을 공급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됐다. 지난 7일 '화장품의 날'을 맞아 시청 광장에서 열린 체험형 부스에서도 카이옴 피부진단을 체험하려는 줄이 이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AI 기술이 뷰티 산업 전반에 스며들면서 '초개인화' 경쟁이 한층 가속화하는 모습”이라면서 “매장 체험부터 온라인 진단, 제조 자동화까지 AX 도입 속도는 더욱 가팔라지며 뷰티 혁신을 선도하는 K뷰티 기술도 한층 고도화될 전망” 이라고 말했다.
정다은 기자 dand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