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머노이드 로봇도 PC처럼 필요한 기능을 골라 조립하고, 작업 환경이 바뀌면 새로운 모듈을 추가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중국 로봇 기업 란충구신(藍蟲具身, Blue Bug Embodied)이 기계팔과 이동 플랫폼 등을 자유롭게 조합할 수 있는 모듈형 휴머노이드 로봇을 선보이며 가격과 확장성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섰다.
란충구신은 지난 14일 모듈형 휠드 휴머노이드 로봇 'Mantis Standard(만티스 스탠더드)'를 공개했다. 별칭은 '샤오바이(小白)'다. 판매 가격은 0.98만위안부터다. 기존 휴머노이드가 완성된 형태 로봇을 통째로 구매하는 방식이었다면 Mantis Standard는 사용자가 필요한 기능부터 선택하고 향후 작업 범위에 따라 로봇의 형태와 기능을 확장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핵심은 '모듈화'다. 기계팔과 이동 플랫폼, 몸체, 허리, 머리 등이 표준 모듈로 구성되며 각 모듈은 퀵 체결 인터페이스를 통해 기계적·전기적으로 연결된다. 기계팔을 별도의 장비로 활용하다가 이동 작업이 필요해지면 이동 플랫폼을 결합하고, 양팔 조작이 필요할 경우 해당 형태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하나의 완제품을 여러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넘어 필요한 기능을 조합해 새로운 로봇을 만드는 개념이다.
이 같은 구조는 연구개발 현장에서 특히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로봇 프로젝트는 초기 단계에서 최종 활용 목적이 확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선 데스크톱 환경에서 물체를 잡고 옮기는 작업부터 검증한 뒤 실제 현장에서 이동 작업이 필요해지면 추가 모듈을 도입하는 식으로 투자를 단계화할 수 있다. 기존에 구매한 장비를 새로운 프로젝트에 재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Mantis Standard는 이동과 상지 조작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전체 높이는 1.4m며 전신 22자유도를 갖췄다. 단일 팔 최대 하중은 7㎏, 팔 길이는 663㎜다. 이동 플랫폼은 3자유도 전방향 이동을 지원하며 최대 이동 속도는 초당 3m다. 허리 부분은 550㎜의 승강 범위를 제공한다. 원격조작 지연시간은 10ms 이하며 최대 3시간 배터리 운용 시간을 지원한다.
시각과 원격조작을 위한 시스템도 갖췄다. 회사가 공개한 제품 구성에는 4K 60프레임 양안 비전 시스템이 포함되며, 환경 관찰과 원격조작, 데이터 수집에 활용할 수 있다. 추가 센서와 손목 카메라를 장착해 작업 환경에 맞게 기능을 확장할 수도 있다.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과 개발환경도 모듈화 전략에 맞춰 구성했다. 란충구신은 자체 개발한 로봇 두뇌 'BW-Brain'과 '충둥(?洞)' 계열 체화지능 기반 모델을 적용해 서로 다른 로봇 형태에서도 동일한 지능 체계를 활용하는 '일뇌다형' 구조를 강조하고 있다.
원격조작 시스템은 로봇 학습을 위한 데이터 확보 수단으로 활용된다. 작업자가 VR 장비 등을 통해 로봇을 직접 조작하고 물체를 집거나 옮기는 과정을 시연하면 해당 작업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이후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로봇에 적용한 뒤 실제 수행 결과를 다시 분석하는 방식으로 학습과 검증을 반복할 수 있다.
개발자에게 필요한 개발 인터페이스와 시뮬레이션 환경, 오픈소스 모델 연계 기능 등도 제공한다. 단순히 로봇을 구매해 사용하는 것에서 벗어나 연구자가 특정 작업에 맞춰 로봇을 직접 학습시키고 기능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가격 역시 시장 확대를 겨냥한 요소다. 0.98만위안부터 시작하는 가격은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초기 진입 부담을 낮추는 전략이다. 모듈형 구조를 적용하면 처음부터 사용하지 않는 기능까지 구매하지 않고 현재 필요한 장비만 확보한 뒤 프로젝트가 확대될 때 추가 투자할 수 있다. 초기 구매비용뿐만 아니라 향후 유지보수와 기능 확장까지 포함한 총비용을 낮추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란충구신은 시안교통대학 기술성과 사업화를 통해 2025년 설립된 로봇 기업이다. 시안교통대학 로봇 분야 석·박사 연구진과 업계 엔지니어들이 창업팀을 구성했다. 앞서 Mantis Pro를 통해 로봇의 작업 수행 능력을 검증했으며, 2025년 8월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스포츠대회 혼합물 분류 종목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Mantis Standard 등장은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의 경쟁 기준이 하드웨어 성능에서 가격과 활용성, 확장성으로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휴머노이드 로봇은 얼마나 정교하게 걷고 움직이며 사람처럼 작업할 수 있는지가 핵심 경쟁력이었다. 하지만 실제 산업 현장에 보급되기 위해서는 필요한 기능만 구매할 수 있는지, 새로운 작업에 맞춰 쉽게 확장할 수 있는지, 개발자가 로봇을 직접 학습시킬 수 있는지도 중요한 요소다.
결국 란충구신이 제시한 Mantis Standard는 '한 대의 완성된 휴머노이드'보다 '필요에 따라 성장하는 로봇 플랫폼'에 가깝다. 연구실에서는 기계팔로 시작하고, 이동이 필요해지면 플랫폼을 추가하며, 작업 범위가 확대되면 새로운 센서와 기능을 결합할 수 있다. 로봇 시장이 대량생산과 가격 경쟁을 넘어 사용자별 맞춤형 구성과 확장성을 중심으로 재편될지 주목된다.
※전자신문과 36케이알이 공동 기획한 기사입니다.
김현민 기자 min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