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업용 잔디깎이 로봇 기업 라이펑로봇(莱锋机器人)이 골프장 잔디관리 자동화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라이펑로봇은 최근 수천만위안 규모 엔젤 라운드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사는 위다캐피털(禹达资本)이다. 확보한 자금은 해외 판매·서비스 조직 구축과 골프장용 고난도 제품 개발에 투입할 계획이다.

2022년 설립된 라이펑로봇은 골프장을 핵심 시장으로 상업용 L4급 자율주행 잔디깎이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페어웨이와 러프 등 골프장 내 다양한 구역 잔디관리 작업을 자동화하는 것이 목표다. 첫 제품인 골프장 페어웨이용 잔디깎이 로봇 'Boulder F1'은 지난해 9월 출시됐다. 중국을 비롯해 한국과 일본에서 판매를 시작했으며 유럽과 미국 시장을 대상으로 인증과 유통망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규제가 강화되기 전에 B2B용 잔디깎이 로봇으로 FCC 인증을 확보한 기업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소비자용 잔디관리 로봇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는 것과 달리 대규모 상업용 잔디관리 시장 자동화는 상대적으로 더딘 상황이다. 골프장, 공공녹지 등은 넓은 면적을 반복적으로 관리해야 하지만 기존 장비는 여전히 사람 운전과 작업에 크게 의존한다. 복잡한 지형과 높은 작업 빈도까지 고려하면 인건비 부담과 작업시간 제한이 자동화 확산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골프장은 특히 로봇 적용 가능성이 높은 시장으로 꼽힌다. PW 컨설팅의 2025년 글로벌 잔디관리 장비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골프장 분야는 글로벌 상업용 잔디 장비 시장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18홀 규모 일반적인 골프장 전체 면적은 약 64만8000㎡에 달하며 이 가운데 약 24만㎡가 페어웨이 구역이다. 업계에서는 통상 페어웨이를 최소 이틀에 한 번씩 관리해야 한다.
라이펑로봇은 골프장 잔디관리가 구역별로 서로 다른 기술을 요구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회사에 따르면 페어웨이는 전체 잔디관리 영역의 약 40%, 러프는 40~50%, 그린은 약 10%를 차지한다. 작업 빈도도 페어웨이는 이틀에 한 번, 러프는 일주일에 한 번, 그린은 매일로 차이가 난다.
류위쉬안 라이펑로봇 창업자 겸 CEO는 “기업마다 요구하는 예초 정밀도와 장비 중량, 주행 방식이 크게 달라 하나의 표준화된 장비로 모든 작업을 수행하기 어렵다”며 “범용 잔디깎이 로봇이 골프장 핵심 작업 영역에 진입하기 어려운 이유”라고 말했다.
기존 페어웨이 관리는 대형 유인 장비가 담당한다. 골프장 영업시간을 피해 통상 오전 5~9시 사이에 작업을 끝내야 한다. 제한된 3~4시간 안에 넓은 면적을 관리하기 위해 장비 크기와 작업 폭을 키워야 했고 이는 높은 장비 가격과 인건비로 이어졌다.
라이펑로봇은 이를 L4급 자율주행 기술로 해결한다는 전략이다. 사람의 작업시간에 맞춰 장비를 운용하는 대신 로봇이 야간에도 스스로 작업하도록 해 작업 가능 시간을 크게 늘리는 방식이다.

Boulder F1은 작업 폭 1.55m, 중량 약 1t 상업용 잔디깎이 로봇이다. 충전 스테이션에서 자동으로 출발해 골프장 도로를 지나 페어웨이로 이동한 뒤 사전에 설정된 일정에 따라 작업한다. 작업을 마치면 스스로 충전 스테이션으로 복귀한다. 약 7~8시간 동안 작업할 수 있으며 기존 대형 유인 장비의 4~5시간 작업량에 해당하는 수준을 목표로 한다.
가격 경쟁력도 핵심이다. 회사에 따르면 북미 시장에서 Boulder F1의 판매 가격은 약 12만~14만달러로 기존 유인 잔디관리 장비의 약 14만달러와 비슷한 수준이다. 여기에 로봇 한 대가 작업자 한 명을 대체할 경우 급여와 보험 등을 포함해 연간 약 4만달러 인건비 절감이 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5년 기준 총소유비용(TCO)은 50% 이상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술적으로는 골프장 특유의 복잡한 환경에 대응하는 것이 관건이다. 계절과 강수량, 야간 이슬 등 환경 변화에 따라 잔디 상태가 달라지는 만큼 다양한 기후 조건에서도 일정한 예초 품질을 확보해야 한다. 나무와 터널 등 장애물로 RTK나 레이저 기반 위치 인식이 제한되는 구간도 존재한다.
Boulder F1은 RTK·비전·라이다를 결합한 센싱 시스템을 적용했다. 위성 신호나 특정 위치 인식 시스템이 제한되는 환경에서도 비전과 라이다 기반 AI 기술을 활용해 주행하도록 설계했다. 최고 주행 속도는 초속 2.8m다. 벙커 가장자리, 나무 그루터기, 돌, 소형 시설물 등 낮고 작은 장애물을 인식하기 위해 골프장 환경에 특화된 AI 인식 모델도 적용했다.
지역별 잔디 특성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릴(reel) 커터도 제공한다. 기본 차체를 바꾸지 않고 예초 장치만 교체해 페어웨이와 러프 등 작업 영역을 전환할 수 있다. 미국 남부 난지형 잔디에는 중량급 릴 커터, 북부 한지형 잔디에는 경량 릴 커터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5인치와 7인치 등 다양한 규격 커터를 통해 현지 환경에 대응한다.
해외 시장에서는 유럽을 우선 공략한다. 골프 산업이 성숙한 유럽은 자동화 장비에 대한 시장 수용도가 높고 잔디관리 인력 부족과 인건비 상승에 따른 비용 절감 요구도 크다는 판단이다. 북미 시장은 내년부터 본격적인 규모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시장에서는 이미 여러 골프장을 대상으로 전 주기 실증을 진행했으며 실제 운영 환경에서 상시 자율 운영 가능성을 검증하고 있다.
라이펑로봇은 Boulder F1을 시작으로 그린용·러프용 등 고난도 제품으로 라인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골프장 내 각 작업 영역을 아우르는 로봇 제품군과 해외 판매·서비스 체계를 구축해 상업용 잔디관리 시장의 자동화 수요를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전자신문과 36케이알이 공동 기획한 기사입니다.
김현민 기자 min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