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에서 교사가 될 경우 대학 시절 빌린 학자금 부담을 덜 수 있는 제도가 다시 등장할 전망이다. 교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 정부가 약 30년 전 폐지했던 장학금 상환 면제 방안을 재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다.
16일(현지시간)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문부과학성은 국공립과 사립 초·중·고교에서 일하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대학 재학 당시 국가에서 대출받은 장학금의 상환을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도 교원에게 적용되는 국가 차원의 상환 면제 제도가 있으나 대학원 졸업자에 한정돼 있다. 학부 졸업자까지 범위를 확대할 경우 사실상 30년 만의 제도 부활이 된다.
일본의 국가 장학금은 졸업 후 갚지 않아도 되는 급부형과 일정 기간에 걸쳐 상환하는 대여형으로 구분된다. 대여형에는 무이자와 유이자 상품이 있으며, 신청 과정에서 가구 소득과 고교 성적 등이 기준으로 활용된다. 정부가 검토 중인 방안은 이 가운데 대여형 장학금을 이용한 교사들의 채무를 재직 기간에 따라 전부 또는 일부 감면하는 방식이다. 제도 시행 이전부터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교사까지 포함할지는 추후 결정될 예정이다.
상환 대상이 되는 금액도 상당한 수준이다. 2024년도 기준 대여형 장학금을 이용한 대학생은 약 80만 명에 달했으며, 한 사람이 빌린 금액은 평균 323만엔(약 2848만원)이었다. 평균적으로 채무를 모두 갚는 데는 15년가량이 소요됐다.
교원 부족 현상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4월 학교가 문을 연 시점을 기준으로 일본 전국 공립 초·중·고교와 특수학교에서는 정원에 필요한 교사보다 4317명이 모자랐다. 1980년대 대규모로 채용된 교사들의 퇴직이 본격화한 가운데 출산휴가와 병가 등에 따른 공백까지 발생한 영향이다. 여기에 취업을 앞둔 젊은 세대가 학교보다 민간기업을 선호하는 현상도 교원 수급에 영향을 미쳤다.
교직을 기피하는 배경으로는 과도한 업무량과 긴 근무시간도 꼽힌다. 공립학교 교사 채용시험의 경쟁률은 2000년대 초 13.3대1 수준이었지만, 2025년도 시험에서는 2.9대1로 크게 낮아졌다.
교육 전문가 세노오 마사토시 라이프앤워크 대표이사는 야후재팬 기고문에서 교사 부족으로 인해 학생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공과 관계없는 교사가 수업을 맡거나 교감이 담임 업무까지 떠안는 경우, 수학 등에서 학생 수준에 따른 반 편성이 어려워지는 사례 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교직에 대한 선호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업무 환경을 개선하고 학교 내 괴롭힘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에서는 과거에도 교원 확보를 위해 학자금 부담을 줄여주는 정책을 활용했다. 1953년 초·중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처음 도입된 뒤 1961년에는 고교 교원으로 적용 범위가 확대됐다. 당시에는 15년 이상 근무한 경우 빌린 금액을 모두 면제하고, 5년 이상 재직하면 근속 기간에 따라 일부를 감면했다. 그러나 이후 다른 직업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교원 수급 상황도 안정되면서 1998년도 대학 입학생부터 제도가 사라졌다.
이번 재도입 논의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요구가 영향을 미쳤다.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도쿄도와 에히메현을 비롯해 적어도 11개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교사의 학자금 상환을 지원하고 있다. 전국지사회 역시 올해 여름 중앙정부에 국가 차원의 상환 면제 제도를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스에토미 가오리 일본대 교수는 교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자와 지원단체 등이 3년 이상 요구해온 사안이라며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문부과학성은 빠르면 2027년 정기국회에서 일본학생지원기구법 개정안을 제출하는 방안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러나 제도가 시행될 경우 매년 수백억엔 규모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돼 재무성과의 협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아울러 특정 직군에만 학자금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다른 직업군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논쟁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