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데이터가 기업의 핵심 자산으로 떠오르면서, 이를 신속하게 AI와 연동하고 활용할 수 있는 오픈소스 전환 바람이 거세다. 상용 라이선스에 발이 묶이지 않으면서도 안정적으로 확장 가능한 데이터베이스 환경을 원하는 기업이 늘어난 것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오픈소스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제공하는 퍼코나가 한국 기업과의 협력을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방한한 발크리쉬나 바시스트나라인 퍼코나 수석 솔루션 엔지니어는 퍼코나의 최대 강점으로 “고객사가 벤더 락인없이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이 라이선스 비용과 감사 부담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사이, 퍼코나는 오픈소스만으로 엔터프라이즈급 기능을 제공해 특정 공급자에 종속되지 않는 선택지를 제시한다는 설명이다.
◇AI 연계·보안까지…고객사례로 증명한 경쟁력
퍼코나가 내세우는 경쟁력은 크게 두 축이다. 하나는 AI 워크로드 대응이다. 바시스트나라인 엔지니어는 “오픈소스를 채택하면 별도의 AI 전문 플랫폼을 새로 구축해 데이터 거버넌스와 보안 체계를 이중으로 운영하지 않고, 기업이 이미 사용하고 신뢰하는 데이터베이스에 벡터 검색 같은 기능을 직접 추가해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PostgreSQL에 pgr벡터를 적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 유사도 기반 검색이 가능해지면서 활용 폭이 크게 넓어졌다는 설명이다. PostgreSQL의 전체 유사도 검색 확장 기능, MySQL의 관련 확장 기능과 분산 처리 도구 등이 이런 흐름을 뒷받침한다. 몽고DB 역시 엔터프라이즈 차원에서 이런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서비스 차원에서도 'AI 준비도 패키지'를 통해 컨설턴트가 직접 고객의 데이터베이스를 진단하고, 미비할 경우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제시한다.
다른 한 축은 보안과 컴플라이언스다. 퍼코나는 ISO/IEC 27001:2022 인증을 보유하고, PCI DSS 및 GDPR 대응을 위한 보안·개인정보 보호 체계를 운영한다.
바시스트나라인 엔지니어는 이를 “보안 기업이 오픈소스 기업에 요구하는 필수 체크박스를 충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전송 중 암호화, 저장 중 암호화 등도 퍼코나가 제공하는 모든 데이터베이스에 기본 탑재돼 있다”고 소개했다. 소스코드 관리 체계도 눈에 띈다. 자체 '임계값 모니터' 기능으로 취약점이 있는 코드가 메인 저장소에 자동 병합되지 않도록 차단하고 반드시 사람의 검토를 거치도록 했다. 깃허브 접근 시 동적 IP를 활용한 이상행위 탐지 체계도 갖춰 비정상적인 접근 시도를 차단한다.
이런 경쟁력은 실제 고객 전환 사례로 이어졌다. 유럽 주요 은행인 BBVA는 약 35TB 규모, 서버 400여 대·데이터베이스 300개를 몽고DB 엔터프라이즈에서 퍼코나로 전환해 라이선스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백업 복구 성능을 20% 끌어올렸다. 2500여 개 지점, 유효 계약 1000만 건을 보유한 보험사 프로텍트올은 오라클의 MySQL 엔터프라이즈 에디션에서 퍼코나 서버로 전환, 현재는 장기 PostgreSQL 전략도 함께 수립하고 있다. 가입자 5320만 명 규모의 터키텔레콤은 핵심 서비스에 퍼코나 PostgreSQL 배포판을 도입해 라이선스 비용을 없애고 쿼리 성능을 개선했다. 바시스트나라인 엔지니어는 “고객은 비용 절감을 계기로 퍼코나를 선택하지만, 사업 운영에 필요한 안정성을 퍼코나 엔지니어가 제공하기 때문에 관계를 계속 이어간다”고 말했다.
◇한국 시장, 5~6년 전부터 공략…네오클로바와 파트너십 강화
퍼코나는 5~6년 전부터 한국 시장을 우호적으로 판단해 투자와 채용을 이어오며 매년 퍼코나 이벤트를 개최, 인지도를 쌓아왔다. 특히 최근 3년간 홍보 활동을 본격화하면서, 한국 기업의 퍼코나에 대한 요구 사항도 꾸준히 늘고 있다.
바시스트나라인 엔지니어는 핵심 시장을 묻자 “거래량이 많고 가용성 요구가 높은 금융·통신 분야, 이미 글로벌 규모로 운영되는 게임·기술 산업”이라면서 “데이터의 국내 저장 요건이 구체화될수록 공공 부문의 오픈소스 도입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의 파트너십은 네오클로바가 핵심이다. 그는 “네오클로바는 단순 리셀러가 아닌 한국 시장에서 퍼코나 팀의 역할을 함께 수행하는 파트너”라면서 “네오클로바가 한국어로 1차 영업·기술지원을 담당하고, 소스코드 수준의 심화 이슈는 퍼코나 엔지니어링 조직이 뒷받침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과 미국 어디에 문의하더라도 고객이 동일한 수준의 조언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교육과 지식 이전에 함께 투자하겠다는 것이 본사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사람이 핵심”…독립 경영이 뒷받침하는 오픈소스 철학
퍼코나는 2006년 피터 자이체프와 바딤 트카첸코가 설립한 글로벌 오픈소스 데이터베이스 기업으로,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MySQL, PostgreSQL, 마리아DB, 몽고DB와 클라우드 네이티브 기술 등을 지원하며, 모든 소프트웨어를 무료 오픈소스로 제공하면서도 상용 에디션을 애플리케이션 변경 없이 대체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와 관련해 바시스트나라인 엔지니어는 외부 투자에 의존하지 않는 독립 경영 구조를 회사의 핵심 차별점으로 강조했다. 그는 “특정 제품을 팔아야 하는 사정보다 고객과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실제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집중할 수 있다”면서 “고객에게 이 회사가 기대만큼의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면 비용 지급을 중단하면 된다고 말할 만큼 오픈소소의 철학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퍼코나 소프트웨어는 기반이 되는 커뮤니티 버전과 프로토콜 수준의 호환성을 유지하도록 개발돼, 고객이 애플리케이션을 다시 작성하지 않고도 언제든 다른 곳으로 전환할 수 있다.
바시스트나라인 엔지니어는 “퍼코나는 사람에 대한 투자를 최우선으로 한다”며 “철저한 자금 관리와 자체 수익 창출로 장기 생존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었고 이것이 기업에 최상의 가치를 제공하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