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벤처 생태계의 마지막 단추, KOSDAQ!

김경태 나로벤처투자 부사장
김경태 나로벤처투자 부사장

20년 넘게 벤처투자 현장에서 기업을 발굴하고 성장과 밸류업을 지원하면서 그 과정에서 한 가지 분명하게 느낀 점이 있다. 벤처 생태계의 선순환은 투자에서 시작하지만, Exit에서 완성된다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 벤처 생태계가 벤처자금의 선순환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신규 투자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자금 흐름이 막히는 지점을 들여다보면 그 끝에는 회수(Exit) 시장의 제약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벤처기업의 총매출액은 236조 원으로, 삼성 332조 원, 현대차 280조 원에 이어 재계 기준 3위 수준에 달한다. 이는 벤처기업이 더 이상 우리 경제의 변방이 아니라 중요한 성장축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이런 벤처기업에 자금을 공급하고, 오랜 기간 성장과 기업가치 제고를 지원한 뒤 코스닥 상장 등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고 다시 초기 기업에 재투자하는 벤처캐피털(VC) 자본의 선순환은 개별 투자사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경제 차원에서도 중요한 과제다. 자본이 들어오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성장한 기업에서 자본이 회수되어 다시 새로운 혁신기업으로 흘러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스팩(SPAC), M&A 등 다양한 회수 수단이 도입됐지만, 국내 벤처기업의 주요 회수 경로에서 코스닥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크다. 회수 시장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면 신규 투자자금이 유입되더라도 자금이 다음 단계로 이동하지 못하는 병목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문제를 단순히 경기나 투자심리의 문제로만 볼 수는 없다. 코스닥 상장심사의 예측 가능성, VC의 투자 단계별 자금 배분, 공모주 시장의 단기 변동성, 상장기업의 퇴출 제도 등 시장을 구성하는 여러 연결고리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벤처 생태계의 마지막 단추를 다시 꿰기 위해서는 시장 참여자 모두에게 예측 가능하고 일관된 변화의 신호가 전달돼야 한다.

〈국내 신규투자금액과 신규 상장 및 폐지 현황〉

[칼럼] 벤처 생태계의 마지막 단추, KOSDAQ!

주: 신규 투자는 벤처투자회사·조합 및 신기술사업금융업자·조합 합산 기준(중소벤처기업부)이고, 신규상장 공모금액·코스닥 신규상장은 스팩을 제외한 코스닥 기준이며, 상장폐지는 결정 기준(한국거래소·금융위원회)임.(*, †는 2026년 7월 기준 잠정치/누계)

1. 코스닥 심사, “보수적 잣대보다 예측 가능한 스탠더드를 세워야”

코스닥이 혁신기업의 자본시장 진입로로서 본래의 기능을 회복하려면 심사 기준의 엄격성 못지않게 예측 가능성과 일관성이 중요하다. 특히 AI, 혁신에너지, 딥테크, 바이오 등 신규·융복합 산업에서는 전통적인 매출과 이익 지표만으로 기업가치를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산업 특성과 기술의 사업화 단계, 시장성 등을 합리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평가 체계가 필요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어떤 요건을 충족해야 상장이 가능한지 예측할 수 있어야 하고, 심사 과정에서도 일관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시장에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심사 기준을 급격하게 강화하는 방식은 정상적으로 성장해 온 기업에도 예측하지 못한 부담을 줄 수 있다. 과거 사례에 대한 사후 대응과 미래 산업에 대한 선제적 평가를 구분하고, 신산업의 특성을 반영한 정교하고 일관된 상장심사 스탠더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2. VC 투자, “대형화 쏠림과 무리한 밸류에이션을 경계해야”

벤처투자 시장 역시 스스로 돌아볼 부분이 있다. 최근 펀드 대형화와 스타급 대형 딜 중심의 자금 운용이 확대되면서 초기·혁신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이 충분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물론 운용자산(AUM)의 확대 자체가 문제라는 의미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운용 규모의 확대가 초기기업 발굴과 성장 지원이라는 VC 본연의 역할과 균형을 이루고 있는가 이다.

펀드 대형화에 따른 Pre-IPO 라운드에서 과도하게 높아진 기업가치는 이후 공모가 산정과 상장 과정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VC 역시 대형 펀드와 대형 딜 중심의 재무적 투자에서 벗어나 투자 대상과 투자 단계를 보다 다양화해야 한다. 좋은 Exit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상장심사뿐 아니라 상장 이전 단계에서 형성되는 기업가치에 대해서도 시장 참여자들이 함께 책임을 가져야 한다.

3. 공모시장, “단기 변동성을 줄이고 다양한 회수 경로를 구축해야”

코스닥에 대한 신뢰를 높이려면 공모주 시장의 단기 변동성과 투자 행태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상장 직후 가격 변동성이 지나치게 커지면 기업의 본질적 가치와 무관하게 시장의 관심이 단기 가격 움직임에 집중될 수 있다. 장기 투자자가 참여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을 조성하고, 상장 이후에도 기업의 실질적인 성장으로 자금이 이어질 수 있도록 세 가지를 제안해 본다.

첫째, 일반 IPO에 집중된 회수 구조를 보완하기 위해 스팩(SPAC)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제도 개선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만 합병 과정의 자율성을 확대하더라도 투자자 보호와 정보 비대칭 완화를 위한 공시 및 가치평가 장치는 함께 작동해야 한다.

둘째, 상장 초기 일정 기간에는 가격제한폭을 상·하방 비대칭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상한가 +30%, 하한가 -15%와 같은 방식이다. 이 제안의 취지는 상장 초기 주가를 인위적으로 높이자는 것이 아니다. 상장 직후 과도한 가격 변동에 따른 단기적 쏠림을 완화하고, 기업의 적정 가치가 시장에서 형성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셋째, 기관투자자의 의무보유확약 기간과 공모주 배정을 보다 긴밀하게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장기 보유에 대한 유인을 높이면 공모주 시장이 단기 수익 중심에서 기업의 중장기 성장에 참여하는 시장으로 변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4. 코스닥시장, “신속하고 공정한 퇴출 시스템을 구축해야”

코스닥 퇴출 제도의 핵심은 진입 단계에서는 신산업의 특성을 합리적으로 반영하되, 상장 이후에는 공시·재무·경영 투명성과 사업 지속 가능성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한 기업을 신속하게 정리하는 균형 잡힌 시스템을 만드는 데 있다.

상장기업에 대한 시장 규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건전한 기업까지 시장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 반대로 정상적인 성장 과정에 있는 기업에 지나치게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하면 혁신기업의 성장 기회를 제한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진입과 퇴출 모두에서 예측 가능한 기준과 신속하고 일관된 절차를 만드는 것이다. 최근 상장폐지 제도가 빠르게 정비되고 있는 만큼, 제도 강화 자체뿐 아니라 시장 참여자들이 새로운 제도를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제도의 안착 과정에서 기준의 명확성과 절차의 효율성을 함께 높여야 한다.

벤처 생태계의 마지막 단추를 다시 꿰자

대한민국 경제의 성장동력은 혁신에서 나온다. 그리고 혁신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자본시장의 신뢰와 예측 가능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코스닥은 신산업 기업에 성장의 기회를 열어주는 시장인 동시에 투자자 보호와 시장 규율을 확보해야 하는 자본시장이다.

이를 위해 상장심사 기준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스팩 등 다양한 회수 경로를 보완해야 한다. VC는 적정한 기업가치 평가와 초기기업 투자라는 본연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공모시장은 장기 투자 기반을 넓히고, 상장폐지 제도는 공정성과 신속성을 함께 확보해야 한다.

결국 벤처 생태계의 선순환은 투자로 시작하지만 Exit에서 완성된다. 성장한 기업에서 회수된 자본이 다시 새로운 혁신기업으로 흘러갈 수 있을 때 비로소 벤처투자의 선순환이 완성된다. 코스닥이라는 마지막 단추가 제대로 채워져야 대한민국 벤처 생태계의 선순환도 완성될 수 있다.

김경태 | 나로벤처투자 부사장

20년 이상 국내 벤처투자 업계에서 활동한 첨단 소부장 전문 펀드매니저로서 100개가 넘는 투자업체에 2천억 원 이상을 투자하며 다양한 밸류업을 지원했고, 그중 32개 업체를 코스닥 시장에 상장시켰다. 국내 벤처 생태계에 꾸준히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2025년 한국벤처기업협회 창립 30주년 기념 공로상을 수상했다.

소성렬 기자 hisabisa@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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