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콘텐츠 중 하나인 '먹방(Mukbang)' 산업이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의 전격적인 규제 강화로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유튜브가 섭식장애 및 폭식 유발 위험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엄격히 개편하면서, 주요 먹방 크리에이터들의 수익 창출 경로가 막히고 콘텐츠 제작 환경이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
이번 정책 변화의 핵심은 콘텐츠 평가 기준의 근본적인 이동에 있다. 개편된 기준은 크리에이터의 단순 제작 의도보다는 청소년 및 고위험군 시청자가 영상 속 표현이나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모방할 위험이 있는가를 최우선 기준으로 삼는다. 유튜브는 과도한 폭식 연출, 음식을 쌓아두는 행위, 섭식장애 연관 행동 등 유해성을 띨 수 있는 연출에 대해 광고 수익 창출을 전면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새로 올리는 영상뿐만 아니라 과거 축적된 수년 치 영상까지 전수 조사 대상에 포함해 소급 적용하면서 생태계 전반에 미치는 충격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실제로 정책 강화의 여파는 크리에이터들의 실적 타격으로 즉각 나타나고 있다. 약 44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살빼조'는 폭식 및 섭식장애 가이드라인 강화로 채널의 수익 창출이 정지되었으며, 기준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신규 영상 업로드마저 전면 중단하고 소속사와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유튜버 '미소' 역시 유튜브로부터 가이드라인 위반 통보와 수익 정지 안내를 받은 후, 채널 보호를 위해 지난 4년 동안 제작해 온 영상 가운데 339개를 삭제해야 했다.
이처럼 소급 적용을 통한 강력한 제재가 가시화되면서 지상파 방송에 진출할 정도로 영향력이 큰 대형 크리에이터 채널들까지 불확실성에 휩싸였다. 1,350만 구독자를 보유한 쯔양이나 172만 구독자의 히밥 등 대용량 먹방을 주력으로 삼아온 대형 채널들 역시 과거 영상에 대한 규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에 팬들과 관련 업계의 동요가 이어지고 있다.
'Mukbang'이라는 단어로 고유명사화되며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어 온 먹방 콘텐츠 산업은 향후 구조적인 체질 개선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크리에이터들이 플랫폼 내 제재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기존의 대용량·자극적 연출 방식에서 벗어나, 미식이나 소통 위주의 표현 방식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콘텐츠 공급 지형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