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권사들이 주식 위탁매매 중심의 전통적인 수익구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먹거리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형 증권사는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를 통해 자금조달 능력을 키우고, 토큰증권(STO)과 디지털자산 등 신사업에도 잇달아 뛰어들고 있다. 자본력과 디지털 금융 역량을 둘러싼 증권업계의 경쟁이 사업영역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이 이달 발행어음 인가를 받으면서 국내 발행어음 사업자는 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KB증권·키움증권·신한투자증권·하나증권을 포함해 8곳으로 늘었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자체 신용으로 자기자본의 최대 200%까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수단이다.
IMA 시장도 확대되고 있다.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고객 자금을 모아 기업금융 자산 등에 투자하는 구조로,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에 이어 NH투자증권까지 가세했다.
발행어음과 IMA 확대는 증권사의 자금조달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 기존에는 자기자본과 회사채 등을 바탕으로 기업금융을 했다면, 이제는 개인과 기관 고객의 자금을 직접 끌어들여 기업대출과 회사채, 비상장기업 투자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여력이 커졌다.
금융당국도 이를 모험자본 공급 확대와 연결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모험자본 공급 의무가 있는 7개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모험자본 공급액은 9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보다 25.7% 증가했다. 같은 기간 발행어음과 IMA 조달액은 57조1864억원으로 8.9% 늘었다. 조달액 대비 모험자본 공급 비율은 평균 17.3%로 올해 의무비율인 10%를 웃돌았다.
증권사들의 신사업 경쟁은 디지털 금융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내년 2월 토큰증권 제도 시행을 앞두고 주요 증권사들은 토큰증권 발행·유통 플랫폼과 관련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자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 '디지털자산' 전용 탭을 신설하며 주식·채권·디지털자산을 아우르는 통합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 KB증권은 회사채·펀드·신탁수익증권 등 전통 금융자산의 토큰화를 검토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자체 토큰증권 발행 플랫폼 구축을 준비 중이고, 코인원과 협력해 디지털자산 사업 접점을 넓히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개념검증(PoC)에도 적극적이다. 유진투자증권은 블록체인 기업 비토즈와 토큰증권 청약대금을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하는 PoC를 추진하기로 했다. 증권사의 디지털자산 사업이 단순한 기술 실험에서 기존 증권 업무와 결합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증권사들의 사업 확대 배경에는 기존 수익원의 변동성을 줄여야 한다는 필요성도 자리 잡고 있다. 증시 거래대금에 따라 실적이 크게 움직이는 브로커리지 의존도를 낮추고 기업금융과 자산관리, 디지털 금융 등으로 수익원을 다변화하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발행어음과 IMA는 증권사가 자금을 조달해 몸집과 사업을 더 키울 수 있는 수단”이라며 “증시 분위기와 거래대금에 따라 실적이 움직이는 브로커리지 의존도를 낮추고 기업금융과 자산관리, 디지털 금융 등으로 수익원을 다변화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