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이 아이폰과 애플워치에 탑재된 햅틱 기술과 관련해 특허를 침해했다는 미국 배심원단의 판단을 받아 57억달러(약 7조 7500억원)가 넘는 손해배상금을 물게 될 위기에 놓였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연방법원 배심원단은 햅틱 기술업체 택션 테크놀로지가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 침해 소송에서 '택션'의 손을 들어줬다.
배심원단은 애플이 택션의 특허 2건을 침해했다며 57억달러 이상의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로이터는 이번 평결이 미국에서 나온 이 같은 유형의 배상 평결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라고 전했다.
소송의 핵심은 아이폰과 애플워치 등에 탑재된 '탭틱 엔진(Taptic Engine)'이다. 탭틱 엔진은 이용자가 화면이나 기기를 조작할 때 진동을 통해 촉각 피드백을 전달하는 기술이다.
택션은 애플이 자사가 보유한 미국 특허 10,659,885호와 10,820,117호에 포함된 진동 기반 촉각 변환 기술을 정당한 허가 없이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배심원단은 이 가운데 한 특허의 청구항 2개와 다른 특허의 청구항 1개가 침해됐다고 판단했다.
다만 배심원단은 애플이 고의로 특허를 침해했다고 보지는 않았다. 택션은 애플이 자사의 기술이 적용된 게이밍 헤드셋 2종을 역설계해 기술을 활용했다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고의 침해 판단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택션은 헤드폰과 게이밍 헤드셋 등에 햅틱 기술을 공급하는 업체로, 2021년 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애플은 배심원 평결에 강하게 반발하며 항소 방침을 밝혔다. 애플은 성명을 통해 “애플의 탭틱 엔진은 택션의 기술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재판 과정에서 택션이 직접 실시한 애플 제품 시험에서도 이 점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애플은 택션의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다”며 “이번 평결과 배상액은 사실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는다.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택션 측 변호인 랜스 양은 “배심원단이 택션의 손을 들어주고 특허권을 인정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재판까지 5년 반을 기다렸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은 한 차례 기각됐다가 되살아난 사건이다. 샌디에이고 연방법원은 2023년 애플이 해당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지만, 미 연방순회항소법원이 지난해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하면서 재판이 이어졌다.
배심원 재판은 지난 14일 시작됐으며, 7명의 배심원은 변론이 끝난 뒤 이틀간 심의한 끝에 택션 측에 유리한 평결을 내렸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