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AX 시대, SI 기업의 신성장 공식

이범규 팀스파르타 대표
이범규 팀스파르타 대표

기업 정보기술(IT) 시스템 구축과 운영을 책임져 온 시스템통합(SI) 산업이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중대한 기로에 섰다. AI가 기업 프로세스 전반을 근본적으로 혁신하면서 SI 역할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기존 시스템을 구축하고 유지·보수하는 차원을 넘어, 'AI 전환(AX)'의 핵심 실행 주체로서 새로운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AI는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기술이 아니다. 전사자원관리(ERP), 고객관계관리(CRM), 그룹웨어 등 기업 핵심 업무는 이미 다양한 IT 시스템 위에서 이뤄진다. AI 에이전트가 고객 문의를 해결하려면 CRM에서 고객 이력을 실시간으로 조회해야 하고, 재고 파악이나 자동 발주, 결재 승인을 수행하려면 ERP 및 그룹웨어와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한다. 필요한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연결할 파이프라인, 업무를 실행할 시스템 권한, 결과를 검증할 절차가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는 글로벌 SI 시장이 2025년 4214억달러(약 570조원)에서 2033년 1조2286억달러(1660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AI와 클라우드 확산으로 기업 IT 환경이 복잡해질수록 서로 다른 기술과 시스템을 하나의 업무 환경으로 연결하려는 수요도 커질 것이다.

그러나 시장이 성장한다고 해서 기존 SI 사업 방식이 그대로 유효한 것은 아니다. 생성형 AI가 코드 작성과 테스트 등 개발 생산성을 높이면서 투입 인력과 개발 규모를 중심으로 한 사업 모델은 변화가 불가피하다. 고객이 원하는 가치 역시 시스템 구축 자체가 아니다. AI를 통해 반복 업무를 얼마나 줄이고 생산성을 높였는지, 궁극적으로 실질적인 사업 성과를 창출했는지가 중요해졌다. 결국 SI의 가치가 투입과 구축 규모에서 고객이 체감하는 성과로 이동하고 있다.

통합 범위도 넓어진다. 과거 시스템과 데이터를 연결했다면 AX 시대에는 거대언어모델(LLM)과 AI 에이전트, 데이터 파이프라인, 보안과 거버넌스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 데이터 접근부터 판단과 실행에 이르는 전 과정을 안정적으로 구현하는 역량이 새로운 경쟁력이 된다.

AX 성패는 도입 후 지속적인 운영과 최적화에서 갈린다. AI는 유입되는 데이터와 업무 환경 변화에 따라 성능이 저하되는 '모델 드리프트'나 환각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모델 성능과 데이터 품질을 지속해 모니터링하고 개선하는 머신러닝 운영관리(MLOps) 등 AI 운영 역량이 중요하다. 구축 이후에도 변화하는 업무 환경에 맞춰 AI를 지속해 고도화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이 지점에서 기존 SI 기업의 산업별 도메인 지식과 경험은 강력한 자산이 된다. 기업마다 다른 규제와 보안 요건, 레거시 시스템 구조를 단기간에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어떤 데이터를 어디에 연결하고, 어느 업무부터 AI로 전환해야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지는 현장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돼야 한다. 반면 AI 전문 기업은 최신 기술과 AI 운영 체계에 강점을 갖는다. 어느 한쪽의 역량만으로 복잡한 기업 AX를 완성하기 어렵다.

해답은 '신(新) SI'로의 전환에 있다. SI 기업의 도메인·통합 역량에 AI 전문 기업 기술력을 결합해 기업의 비즈니스 문제 정의부터 AI 적용, 운영과 고도화까지 아우르는 'AI 기반 통합 운영 파트너'로 진화해야 한다. 시스템을 납품하는 데 그치지 않고 AI가 현장에 안착해 실제 성과를 창출하도록 책임지는 것. 이것이 AX 시대 SI 산업의 신성장 공식이다.

이범규 팀스파르타 대표 bk.lee@teamsparta.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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