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테크, 산업을 바꾸다①]태양을 말아 우주로…플렉셀스페이스, 우주 전력시장 도전

페로브스카이트·CIGS 결합…초경량·유연성 확보
250억원 투자·400만달러 수주…2028년 양산 목표

기후위기는 에너지 생산과 소비를 넘어 먹거리, 제조, 모빌리티, 자원순환 등 산업과 생활 전반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탄소 배출을 줄이면서 생산성과 소비자 편의까지 높이는 기술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올해 기획에는 푸드테크·에코테크·카본테크·클린테크 등 4개 분야 11개 기업이 참여한다. 식물 바이오 파운드리와 종자 판별부터 재활용 플라스틱 선박 소재, 자원순환형 종이팩, 친환경 펄프몰드·세라믹 코팅제, 전고체 전해질막, 공장에너지관리시스템(FEMS), 재사용 배터리 해체 자동화, 우주용 태양전지, 지붕형 태양광 플랫폼까지 해법도 다양하다.
이들 기업은 온실가스와 폐기물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산업 현장의 비용·효율·안전 문제를 풀며 사업성을 입증하고 있다. 전자신문은 11개 기업을 만나 기술의 원리와 경쟁력, 고객이 얻는 가치, 실증·사업화 성과를 살펴본다. 육성사업 참여 과정에서 해결한 과제와 투자유치, 국내외 시장진출 전략도 짚는다. 기술이 산업과 일상의 변화를 이끄는 기후 해법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11회에 걸쳐 소개한다.
안태훈 플렉셀스페이스 대표. 김동성 기자.
안태훈 플렉셀스페이스 대표. 김동성 기자.

우주 태양전지 전문기업 플렉셀스페이스(대표 안태훈)가 페로브스카이트와 CIGS를 결합한 초경량·롤러블 태양전지 상용화에 나섰다. 25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바탕으로 국내에 5메가와트(㎿)급 생산설비를 구축하고 2028년부터 상업 생산과 해외 공급을 시작한다는 목표다.

플렉셀스페이스는 위성 제조사인 한화시스템의 사내벤처에서 출발해 2024년 독립했다. 일부 해외 기업이 주도하는 우주 태양전지 시장의 높은 가격과 제한된 공급망을 해소하기 위해 차세대 박막 태양전지 개발에 뛰어들었다.

◇접어 싣고 우주에서 펼치는 태양전지

현재 우주산업에서 주로 사용하는 III-V족 태양전지는 갈륨비소 등 화합물 반도체를 기반으로 해 성능은 높지만 원재료와 제조공정 비용이 비싸다. 생산 기업도 제한적이고 원재료를 둘러싼 국가 간 공급 통제도 강화되고 있다.

플렉셀스페이스는 구리·인듐·갈륨·셀레늄 화합물인 CIGS와 페로브스카이트를 결합한 탠덤 태양전지로 기존 제품의 한계를 넘겠다는 구상이다. 상대적으로 확보하기 쉬운 소재와 박막 제조공정을 활용해 가격과 무게를 낮추면서 높은 발전효율을 구현하는 방식이다.

얇고 유연한 필름 형태로 제작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발사할 때는 태양전지를 말거나 접어 작은 공간에 싣고, 우주에서는 넓게 펼쳐 발전면적을 확보할 수 있다. 동일한 발사 중량으로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해 위성의 무게와 발사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전력 생산 구역을 여러 개로 나누면 일부가 손상돼도 나머지 구역에서 발전을 이어갈 수 있어 위성의 생존성과 임무 지속성도 높아진다.

회사는 정부출연연구기관·대학과 전자선 및 양성자 방사선 시험과 극한 온도 시험을 진행했다. 영하 170도에서 영상 145도에 이르는 환경에서 소재와 소자의 안정성을 확인했다. 앞으로 진공·열주기 시험과 국제 우주 규격에 따른 신뢰성 평가를 확대해 10년 이상 운용할 수 있는 내구성을 입증할 계획이다.

◇첫 실증 보완…누리호·ISS로 검증 확대

첫 우주 실증인 'LUMOS-I'에서는 태양전지를 실제 발사체와 위성 시스템에 탑재했다. 다만 위성 비행컴퓨터(OBC) 문제로 태양전지 어레이가 정상적으로 전개되지 않아 대기 중이다. 플렉셀스페이스는 제작부터 발사환경 시험, 위성체 연동까지 전 과정을 경험하며 후속 실증을 위한 기반을 확보했다.

회사는 후속 누리호 발사와 국제우주정거장(ISS), 추가 저궤도 실증을 통해 방사선과 열주기 환경에서의 성능 변화를 확인할 예정이다. 이후 정지궤도 실증으로 장기간 운용 가능성을 검증한다.

기후·환경 측면에서는 기존 III-V족 제품보다 유해성이 높은 공정물질과 희소·고가 원재료 사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와 간소화한 공정으로 제조 과정의 전력 소비와 탄소 배출을 낮추고, 초경량화를 통해 발사에 필요한 연료도 절감한다는 구상이다.

안태훈 플렉셀스페이스 대표가 인하대, 항공우주산학융합원 등과 개발한 초소형 큐브위성 'INHA RoSAT'을 소개했다. 김동성 기자.
안태훈 플렉셀스페이스 대표가 인하대, 항공우주산학융합원 등과 개발한 초소형 큐브위성 'INHA RoSAT'을 소개했다. 김동성 기자.

◇250억원 투자 발판…2028년 양산 목표

사업화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외 위성·우주 시스템 기업과 제품 평가 및 공동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해외 고객사와 약 400만달러 규모의 우주 태양전지 공급계약을 확보했다. 글로벌 위성 제조사와 방산·우주기업의 샘플 및 신뢰성 자료 요청도 이어지고 있다.

회사는 250억원 규모 투자금과 국책과제 재원을 국내 5㎿급 생산설비 구축, 셀·모듈 제조공정 내재화, 핵심 연구인력 확보에 투입한다. 2027년까지 양산 준비와 고객 인증을 마치고 2028년부터 상업 생산과 해외 공급을 시작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유럽과 미국에 생산거점을 마련해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한다.

경기도와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는 '2026년 기후테크 스타트업 육성사업'을 통해 플렉셀스페이스를 비롯한 참여 기업의 기술 고도화와 사업화를 지원하고 있다. 플렉셀스페이스는 이 사업에 참여해 경기도의 반도체·태양광 인력과 공급망을 우주산업으로 연결하고, 지역 우주산업 생태계를 조성할 계획이다.

안태훈 대표는 “우주산업이 성장할수록 위성과 우주 인프라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기술의 중요성도 커질 것”이라며 “더 가볍고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태양전지로 위성과 우주 시스템의 설계 자체를 바꾸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에서 시작한 기술로 인공지능(AI) 우주 데이터센터 등 새로운 수요에 대응하겠다”며 “글로벌 우주 에너지 시장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공동기획: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전자신문

의왕=김동성 기자 esta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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