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뉴욕에서 사무직 대신 배관·정비·열쇠 수리 등 블루칼라 직종을 선택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숙련 기술직의 경우 연봉이 10만달러(약 1억3500만원)를 넘어서는 데다 인공지능(AI)에 대체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29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는 남성 중심으로 여겨져 온 현장 기술직에 뛰어들어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는 뉴욕 여성들의 사례를 소개했다.
맨해튼에서 주거·상업용 열쇠 수리업체를 운영하는 사하르 요나(27)는 여성 열쇠공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2017년 고등학교 3학년 진학을 앞두고 대학 진학 대신 기술을 배워 돈을 벌기로 했다.
처음에는 드라이버조차 제대로 다루지 못했지만 훈련을 받은 뒤 열쇠 수리 업무에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요나는 연간 소득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뉴욕 일대 열쇠공의 연봉은 약 6만~10만달러 이상으로 알려졌다.
배관공으로 30년 넘게 일한 주덜린 캐시디(56)는 연간 12만달러 이상을 벌고 있다. 뉴욕의 고소득 배관공 가운데는 연봉이 14만9000달러(약 2억원)를 넘는 경우도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여성은 전체 배관공의 3.1%에 불과하다. 캐시디가 1990년대 뉴욕에서 일을 시작했을 당시에는 동료들로부터 “집에 가서 설거지나 하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그는 이후 스태튼아일랜드 배관공노조에 가입한 첫 여성으로 알려졌다.
캐시디는 현재 비영리단체 '툴스 앤드 티아라스'를 설립해 6~17세 소녀들에게 배관과 건설, 공학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자동차 정비 분야에서도 여성들의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뉴욕 퀸스에서 정비소를 운영하는 오드라 포딘은 여성 정비사가 전체의 약 2%에 불과한 상황에서 여성들을 대상으로 자동차 정비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포딘은 숙련된 자동차 정비사가 연간 5만~15만달러(약 6700만~2억원)를 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0년 '위민 오토 노'를 설립해 여성들에게 배터리 점프 시동, 브레이크와 오일 점검 등 기본적인 자동차 정비 기술을 가르쳐왔다.
이 같은 현상에는 대학 학비 부담과 AI의 사무직 대체에 대한 우려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구직 사이트 리줌템플릿닷컴이 Z세대 성인 12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6명은 건설·전기·냉난방공조(HVAC)·배관·자동차 정비·건물 유지보수 등 블루칼라 직종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다만 높은 소득만을 보고 기술직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에서 20년간 커리어 코치로 활동한 린 버거는 기술직에는 상당한 육체노동과 세밀한 작업 능력이 필요하고 위험한 상황에 대응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버거는 “처음부터 바로 10만달러를 버는 것은 아니다”라며 현직자를 따라다니며 실제 업무 환경을 경험하고 필요한 교육과 자격증을 확인한 뒤 진입할 것을 조언했다.
요나는 새벽 2시에 일을 마친 뒤 오전 4시나 6시에 다시 호출을 받는 날도 있어 하루 3시간가량밖에 잠을 자지 못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높은 수입과 AI 대체 가능성이라는 장점 이면에 불규칙한 근무시간과 높은 업무 강도라는 현실도 있는 셈이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