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멸시효가 지난 선불충전금을 서민금융진흥원에 출연하는 방안이 실제 재원 확보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요 간편결제 사업자는 유효기간 연장으로 낙전수익이 없고, 낙전수익이 많은 교통카드 사업자는 이미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인프라 구축 비용까지 고려하면 확보할 수 있는 재원은 미미한 반면, 사업자 부담이 커져 관련 서비스와 소비자 혜택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선불충전금 낙전수익을 서금원 휴면계정으로 이전하기에 앞서 실제 확보할 재원과 관리 비용을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충전금 규모가 큰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 등은 유효기간 연장으로 잔액을 계속 사용할 수 있어 낙전수익이 전무하다. 낙전수익은 교통 관련 사업자에 집중돼 있다.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2025년 선불사업자의 낙전수익은 총 2563억4900만원으로, 연평균 약 513억원이다. 티머니가 5년간 985억1800만원으로 전체의 38.4%를 차지했다.
하지만 티머니는 낙전수익의 상당 부분을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매출의 약 5~6%를 재단에 출연하거나 서울시와 협력해 교통서비스 개선과 교통복지 지원 등에 투입한다. 연매출 2500억원 안팎을 기준으로 환원 규모는 연간 약 125억~150억원으로 추산된다.
법안 통과로 낙전수익이 서금원의 서민 금융으로 출연한다면, 새로운 공익 재원이 생기는 게 아니라 교통 복지로 환원하던 금액이 사용처만 서민금융으로 옮기는 데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관리 비용도 생긴다. 서금원과 사업자 간 잔액·권리자 정보를 연계하고 본인확인, 반환 청구, 정산을 처리하려면 별도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보안·유지보수와 잔액 조회 비용이 지속적으로 든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낙전수익 총액이 그대로 서민금융 재원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업자마다 시스템도 달라 소액을 관리하기 위해 더 큰 비용을 쓰는 구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소 모바일상품권 사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들 사업자는 기업이나 조사기관에 판촉·설문조사 보상용 상품권을 할인된 가격으로 대량 공급한다. 일부 상품권이 사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반영해 공급 가격을 정하고, 미사용분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할인 비용과 운영비를 충당하는 구조다.
이 수익을 의무 출연하면 할인 가격을 유지하기 어려워져 사업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 모바일상품권을 경품이나 보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가 축소되거나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
선불충전금에는 플랫폼사가 마케팅 비용으로 제공한 포인트나 할인 혜택도 포함돼 있어 일반 예금과 성격이 다르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자가 비용을 들여 제공한 혜택까지 모두 부당이익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며 “이를 일괄 출연하도록 하면 포인트 지급과 할인이 줄어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도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는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5월 대표발의한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추진되고 있다. 소멸시효가 완성된 선불충전금을 서금원이 관리하고, 원권리자의 반환 청구를 보장하면서 운용수익을 서민금융에 활용하는 내용이다.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