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관공이 조종간 잡았다…추락 위기 여객기 승객 '170여명' 전원 생존

부기장이 기장 공격 후 고의로 추락 유도
승객 합심해 부기장 제압 · 추락 막아내

추락하는 비행기 조종간을 잡아낸 이스라엘 배관공 야니브 하윤. 사진=AP 연합뉴스
추락하는 비행기 조종간을 잡아낸 이스라엘 배관공 야니브 하윤. 사진=AP 연합뉴스

오만 국적 부기장이 승객 170여 명이 탄 여객기의 기장을 흉기로 공격한 뒤 항공기를 추락시키려 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배관공과 치과의사 등 승객들이 힘을 합쳐 대형 참사를 막아낸 사연이 화제다.

1일(현지시간) AP통신과 로이터 등에 따르면 사고는 플라이두바이 여객기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이스라엘 텔아비브로 향하던 중 발생했다.

비행 도중 부기장은 기장 스밋 마차르를 흉기로 공격했고, 항공기는 곧바로 급격히 고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일부 승객들은 당시 추락을 직감했다고 전했다.

심하게 다친 기장은 가까스로 조종실 문을 열었다. 통상 조종실 문은 납치 방지를 위해 잠겨 있어 외부에서 진입하기 어려운데, 기장이 문을 열면서 승객들이 내부 상황에 개입할 수 있게 됐다.

당시 승객 탈리 마네스는 어린 딸과 함께 화장실 쪽으로 가던 중 조종실에서 이상한 소리를 듣고 이를 승무원에게 알렸다. 이후 조종실 문이 열리자 내부에서 피투성이가 된 기장과 몸싸움을 벌이던 부기장을 목격하고 “기장을 찌르고 있다”며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를 들은 승객 여러 명은 곧바로 조종실 쪽으로 달려가 부기장과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인 배관공 야니브 하윤이 조종간을 잡았다.

하윤은 정식 비행 훈련을 받은 적이 없었지만 앞서 봤던 영화와 항공 사고 프로그램의 기억을 떠올려 기수를 들어 올리는 등 항공기를 안정시키려 했다. 이후 기내에 있던 다른 조종 인력이 조종을 넘겨받아 항공기를 안정시키고 비상 착륙을 준비했다.

조종실 문을 열고 비상 상황에 대처한 인도 국적 기장 스밋 마차르. 사진=AFP 연합뉴스 / 이스라엘 외무부
조종실 문을 열고 비상 상황에 대처한 인도 국적 기장 스밋 마차르. 사진=AFP 연합뉴스 / 이스라엘 외무부

승객들은 수분간 몸싸움을 벌인 끝에 부기장을 제압했고, 항공사 헤드폰 줄을 이용해 그의 손을 묶은 것으로 전해졌다.

치과의사 쇼타 무사예프는 객실 바닥에 누워 있던 기장에게 응급처치를 했다. 기장은 많은 피를 흘린 상태였으며, 무사예프는 의식을 유지할 수 있도록 계속 말을 걸며 상태를 살폈다고 밝혔다.

부기장을 제압한 뒤에도 긴장은 이어졌다. 승객들은 또 다른 공격자가 있을 가능성을 우려해 객실 곳곳을 살피며 경계했고, 일부는 승무원들까지 의심할 정도로 극도의 불안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여객기는 결국 사우디아라비아 타부크 공항에 비상 착륙했으며, 탑승객들은 모두 생존했다.

사건 직후 승객들은 이스라엘로 돌아왔고, 하윤은 피가 묻은 셔츠 차림으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났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윤을 끌어안으며 감사를 표했고, 이후 그의 배관 서비스를 별점 5점과 함께 소개하며 “많은 생명을 구한 영웅”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마이크 허커비 주이스라엘 대사도 이번 사건을 두고 “할리우드도 이런 이야기는 만들어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윤과 무사예프를 비롯해 부기장 제압에 나선 승객들은 이스라엘 대통령의 민간 영웅 훈장 후보로 추천됐다. 인도 국적 기장 마차르 역시 부상을 입은 상태에서도 조종실 문을 열어 승객들이 개입할 수 있도록 한 공로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당국은 부기장이 왜 기장을 공격했는지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UAE 주재 인도대사관은 마차르 기장이 회복 중이며 상태가 양호하다고 밝혔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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