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만 타면 속이 '울렁', 안 하던 구토까지”… 유독 멀미 심한 이유는?

전기차를 탈 때 유독 멀미가 심해진다고 호소하는 승객들이 늘면서 그 원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BBC는 2일(현지시간) 전기차 탑승객들 사이에서 일반 내연기관차보다 멀미를 더 심하게 느낀다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관련 연구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전기차가 멀미를 더 유도하는지 여부와 이유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전기차만 타면 속이 메스꺼워”… 구토 사례도
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영국 런던에 사는 20대 여성은 남자친구가 2년 전 전기차를 구입한 뒤 장거리 이동 때마다 심한 메스꺼움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전에는 멀미를 겪은 적이 없었지만 전기차를 탄 이후 증상이 심해졌고, 결국 남자친구에게 차를 바꿔 달라고 부탁할 정도였다고 한다.

비슷한 사례는 다른 승객들에게서도 나타났다.

영국 링컨셔에 사는 40대 남성은 전기차의 낮은 유지비와 조용한 승차감에는 만족하고 있지만 9세 딸의 멀미가 이전보다 심해졌다고 전했다. 과거에는 프랑스까지 600마일을 이동하는 장거리 여행에서만 멀미를 했지만, 이제는 30분가량 이동하는 동안에도 불편함을 느끼고 최근에는 구토까지 했다고 했다.

다만 모든 전기차 승객이 멀미를 겪는 것은 아니다. BBC에는 오히려 전기차에서 멀미가 덜하다는 의견도 접수됐다. 영국 전기차 운전자협회 측 역시 회원들 사이에서 전기차 멀미 문제가 주요 불만으로 제기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조용한 전기차, 오히려 뇌는 ‘혼란’

전문가들은 전기차 특유의 주행 특성이 일부 승객의 멀미를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멀미는 눈으로 보는 움직임과 귀 안쪽의 평형기관, 몸이 느끼는 움직임 정보가 서로 다를 때 발생한다. 예를 들어 차 안에서 휴대전화를 보고 있으면 눈은 움직임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지만 몸과 귀는 차량 이동을 느끼면서 감각 정보가 충돌할 수 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엔진 소음과 진동이 적다는 점도 원인으로 거론된다. 사람들은 오랫동안 차량의 엔진음과 진동을 가속·감속의 신호로 받아들여 왔는데, 전기차에서는 이런 감각적 단서가 줄어들면서 뇌가 움직임을 예측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회생제동’도 멀미 원인으로 지목

회생제동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전기차는 운전자가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모터가 발전기 역할을 하면서 차량 속도를 줄이고 동시에 전기를 배터리에 저장한다.

이 과정에서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급하게 놓으면 차량이 갑자기 감속하면서 승객이 앞뒤로 흔들리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예상하기 어려운 급격한 속도 변화가 멀미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빠르게 가속하고 감속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멀미를 악화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전기차 업계에서는 최근 차량들이 급격한 가속을 완화하도록 설계되고 있으며, 운전자의 주행 습관이 멀미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여성·어린이가 더 취약…“앞을 보는 게 도움”

멀미에는 개인차도 크다. 전문가들은 유전적 요인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며 여성과 어린이가 상대적으로 멀미에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멀미 증상은 일반적으로 8~10세 무렵 가장 심하고 이후 경험이 쌓이면서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멀미를 줄이기 위해서는 앞유리를 바라보고 휴대전화를 보거나 책을 읽지 않는 것이 좋다. 가능하면 앞좌석에 앉고, 뒷좌석에 앉을 경우에는 앞이 잘 보이는 가운데 좌석을 선택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 머리를 헤드레스트에 기대 움직임을 줄이고 창문을 열어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것도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장거리 이동 전에는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수분을 섭취하며 기름진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자동차 제조사들도 급격한 가속을 부드럽게 만드는 소프트웨어를 적용하거나, 차량 움직임을 미리 알 수 있도록 소리와 좌석 진동을 활용하는 방식 등을 통해 멀미를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전기차에서는 회생제동 강도를 낮추거나 기능을 끌 수도 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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