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 누구를 위한 홀드백인가

[ET톡] 누구를 위한 홀드백인가

영화 '홀드백' 자율협약이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8월 내 체결을 목표로 속도를 냈으나 시한을 넘겼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참여 여부가 불투명해진 데다 이해관계자 간 이견도 좁혀지지 않았다. 문체부는 민관협의체가 홀드백뿐 아니라 영화산업 전반을 논의하는 자리라고 설명했지만 협약이 다시 테이블에 오를지는 미지수다.

홀드백은 극장에서 개봉한 영화가 OTT로 넘어가기 전까지 일정 기간을 두는 제도다. 코로나19로 영화관에 관객이 끊기고 신작 영화가 곧바로 OTT로 향하던 시기에 무너지는 극장을 지키자는 취지에서 논의가 시작됐다.

문제는 코로나19가 끝난 뒤에도 홀드백이 무엇을 위해 논의돼야 하는가조차 합의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극장은 독점 상영기간을 원하지만 배급·제작사는 작품별 흥행과 투자비 회수 속도를 고려해야 한다. 극장 흥행이 어려워졌더라도 잊혀지기 전에 OTT를 통해 비용을 회수하려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것이다.

모든 영화에 같은 기간을 적용하는 데 따른 문제도 지적된다. 수백억원을 들인 대작과 소규모 독립영화, 극장에서 오래 상영된 작품과 일주일 만에 간판을 내린 작품을 같은 잣대로 묶는 순간 보호장치가 아니라 유통 제약이 될 수 있다.

구속력도 한계다. 자율협약은 참여하지 않는 사업자를 강제할 수 없다. 글로벌 OTT가 빠진 홀드백은 국내 플랫폼의 콘텐츠 경쟁력만 떨어뜨릴 수 있다. 자율이라는 이름 아래 국내 사업자만 정부 정책에 보조를 맞춘다면 누구를 위한 협약인지 되물을 수밖에 없다.

결국 홀드백 논의는 출발점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지키려는 대상이 극장이라는 유통 채널인지, 영화 산업 생태계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 극장은 시간을 벌어준다고 살아나는 산업이 아니다. 관객이 보고 싶은 영화가 있고 극장에서 봐야 할 이유가 있을 때 관객은 돌아온다.

홀드백 논의가 먼저 답해야 할 질문은 '얼마나 늦게 풀 것인가'가 아니라 '누구를 위해, 무엇을 지키려는 것인가'다.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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