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20GB 통신비 6만846원 논란, 숫자 너머의 시장과 미래를 바라보자

김용재 한국외대 경영대학 교수
김용재 한국외대 경영대학 교수

최근 일본 총무성 조사를 인용해 서울의 이동통신 요금이 주요 도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어느 방송에서는 LTE 20GB 기준 요금이 6916엔(약 6만846원)이라며 금액이 크게 부각됐다. 하지만 요금 숫자 그대로를 20GB를 사용하는 한국 이용자의 통신비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필자는 몇 년 전 일본 총무성을 직접 방문해 관련 통신정책 회의에 참석했다. 당시에도 정확한 데이터 수집과 해석, 국가별 비교기준의 일관성,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방법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총무성 관계자들은 이 자료가 국제적인 통신요금 순위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일본 국내 통신정책을 위한 참고자료라는 취지의 설명을 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이를 '일본 정부의 국제 통신비 순위'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국제비교의 핵심은 가장 유사한 조건에서 동일한 기준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비교하는 데 있다. 그런데 이번 조사에서 LTE 20GB 기준 통신요금 비교에 한국은 20GB를 훨씬 웃도는 150GB를 제공하는 월 7만9000원 요금제가 적용됐다. LTE와 5G 요금제의 가입구분이 없어지고, 더 저렴한 요금제가 존재하는데 20GB 비교에 150GB 요금제가 선정된 것이다.

여기에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선택약정) 25%를 적용한 실제 부담액은 5만9250원이며, 총무성은 이를 구매력평가(PPP) 환율 기준으로 6916엔으로 환산했다. 이후 국내 일부 언론은 이 금액을 다시 시장환율로 원화 환산해 6만846원이라는 수치를 제시했다. 따라서 6만846원은 이용자의 실제 납부액도, 총무성이 산출한 원화 금액도 아닌 PPP 환산액을 다시 시장환율로 환산한 결과다.

시장환율은 시점에 따라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국제비교에서는 PPP 환율과 소득 대비 부담률 등의 기준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비교 대상 요금제를 어떻게 선정했는지가 결과의 해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또 여러 연구에서 국제비교의 적절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속도, 품질, 취약계층 지원, 인구밀도, 인건비 등 국가별 시장의 특성과 복잡성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필자는 수년 간의 조사와 연구를 통해 통신서비스 요금뿐 아니라 단말기 가격 부담도 함께 봐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스마트폰이 필수적인 디지털 도구가 된 상황에서 단말기 가격을 통신비와 별개로 보는 것도 한계가 있다. 유엔 전문기구인 국제통신연합(ITU) 역시 ICT 서비스의 이용 부담을 논의하면서 디지털 기기에 접근할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을 중요한 문제로 다루고 있다.

결국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해외 통계가 아니다. 우리 국민의 실제 이용행태와 시장 현실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이용자 분석 보고서가 필요하다. 통신비 국제비교뿐 아니라 이용량과 실제 지불액, 요금제 변화, 이용자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정기적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필요한 예산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객관적이고 일관된 기준에 따라 정기적으로 조사·공개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국민이 시장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할 책임이 있다.

언제까지 해외 자료가 나올 때마다 통신비 논쟁을 반복할 것인가. '한국 통신비가 비싸냐 싸냐'는 그 다음의 문제다. 중요한 것은 우리 현실을 정확히 보여주는 기준과 정보를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통신사 간 경쟁의 강도가 높아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제 통신정책을 바라보는 시선도 한 차원 진화해야 한다. 무조건적인 '숫자 비교'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이용자 부담을 유지하면서도 다가오는 인공지능(AI) 시대에 대비한 네트워크 고도화를 어떻게 뒷받침할 것인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튼튼하고 고도화된 통신망이 있어야만 그 위에서 AI와 미래 산업이라는 꽃이 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AI 시대의 디지털 격차는 개인과 조직의 기술 활용을 넘어 삶의 기회와 경제적 격차로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 전 국민이 거대한 디지털 대전환 속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제도적 안전망을 마련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다. 이번 논란이 한국 통신산업의 가치와 역할을 다시 생각하고, 미래를 향한 발전적 논의와 제도개선을 시작하는 촉매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용재 한국외대 경영대학 교수 y.kim@hufs.ac.kr

  • ET Events